<기획>추석을 가족 이웃과 함께
주부일손돕기 '평등명절' 추세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가 18일로 성큼 다가왔다. 올 추석은 예년보다 며칠 이르게 찾아왔지만 파란 하늘과 서늘한 공기는 이미 가을이 왔음을 말해 주고 있다. 원주민보다 이주민이 많은 고양시는 명절을 쇠러 찾아오는 이보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아 연휴기간 거리가 한산할 것으로 보인다.
한가위 풍속은 우리민족에 뿌리깊은 민속으로 남아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명절분위기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바람직한 한가위 보내기와 고양의 옛 추석모습은 어땠는지 알아본다.<편집자 주 >
"평등 명절" 한 목소리
추석은 뿌리깊은 민속 명절이지만 시대에 따라 명절을 즐기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특히 큰 명절이면 차례상의 음식준비에 허리가 휘는 부녀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크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급격하게 늘어난 최근에도 여성들의 명절에 대한 부담감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명절의 부엌일을 가족 모두가 분단해야 한다는 '평등명절'주장이 등장했다.
△온가족이 함께 준비 △남녀가 명절일을 분담 △시댁과 친정의 구분없이 △차례상은 간소하게 △온가족이 함께 하는 명절놀이 △조상모시기는 남녀가 평등하게 △어려운 이웃과 함께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명절을 준비하고 음식만들기와 설거지는 여성들의 몫이라는 대답이 다수를 점하고 있어 아직 평등명절이 자리 잡고 있지 못하다. 또한 여성들이 차례에 참여하는 경우도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상차림을 간소화하고 형제자매가 돌아가며 제사를 모시기로 결정하는 가정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어 평등명절로의 지향은 시대적 추세로 보인다.
이웃을 생각하는 명절
추석이 다가오면 동부녀회를 비롯한 자치단체들은 동네의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정을 나누는 일들을 벌인다. 특히 소외계층이 많고 시골정이 남아있는 농촌동에서는 더욱 활발하다.
노인복지회관을 비롯한 여러 복지기관에서도 명절을 외롭게 보내는 이들을 위한 위로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에는 장애인복지관에서 14일에 민속놀이한마당을 열어 장끼자랑, 윷놀이, 팔씨름, 송편빚기 등의 행사를 가진다.
신도시 개발 이전 고양군 시절에는 추석 때면 자연부락의 4H회가 중심이 되어 노래자랑과 연극공연, 그리고 체육대회를 여는 농민위안의 밤 행사가 많았다고 고양문화원의 강선구 사무국장은 옛 기억을 들려준다.
이런 전통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는 곳이 있다. 관산동 고골에서는 청년회가 중심이 되어 올해에도 추석 전날 주민노래자랑대회를 가진다. 동네에 입주해 있는 공장에서 음향기기나 조명기기를 도와줘 무대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올해에는 동네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초대하여 훈훈한 명절인심을 함께 나눌 예정이다. 또한 작년까지도 계속된 식사동 저현마을의 체육대회도 명절에 모이는 옛 동네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자리였다. 올해에는 재개발로 인해 개최여부가 불투명하다.
고양의 한가위 음식
고양시 향토음식연구회에서 펴낸 책자를 보면 고양의 추석음식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성묘와 차례를 앞두고 갖가지 음식장만에 며칠 전부터 부산하다.
차례 음식에 올릴 밥은 햅쌀로 지은 것이어야 했으며 올쌀이 없는 집에서는 빌리거나 시장에서 사다가라도 햅쌀로 지어 천신했다고 한다.
삼색 과일 역시 그해 수확한 싱싱한 것으로 준비하며 미리 약주를 담가둔다. 반나절을 쭈그리고 앉아 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부치는 전, 도라지, 숙주나물 등 준비할 것이 많다.
차례 때 올리는 국은 고양에서는 토란국을 많이 올렸으며 그리고 두부탕도 함께 올렸다고 한다. 토란이 많이 나오는 때이므로 토란을 살짝 삶아 자른 후 쇠고기, 다시마 등과 함께 개운하게 끓인다. 이 국과 송편이 오르고 모아 둔 각종 나물류, 장아찌류가 곁들여지는 명절 음식상을 차리는 추석은 음식을 준비하면서 간을 맛보느라 옛부터 ‘가난한 집 며느리가 배탈하는 날’이었다고 한다.
한가위 장보기
신도시 개발과 함께 대형할인점의 위세로 고양의 재래시장은 이제 일산시장과 원당시장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명절이면 제수용품을 마련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재래시장을 찾는다. 특히 명절을 앞두고 일산5일장이 서는 날에는 일산역앞 장터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3ㆍ8일에 열리는 일산장은 오는 13일에 명절대목의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양의 6개 단위농협이 운영하는 수십곳의 하나로마트와 대화동 농수산물센터가 명절을 앞두고 선물용품과 각종 청과류를 정해진 장터요일날 특별히 할인판매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농수산물의 유해성 시비와 더불어 국산농수산물을 차례상에 올리려는 사람들이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를 많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간편 차례상 차리기
서예가 김백호씨(일산 3동)는 오래전부터 명절 차례 때 다과상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차례란 원래 차를 올리는 데에서 유런했다며 차와 과일로 차리는 차례상은 본래 의미에도 맞을 뿐 아니라 간소한 음식 준비로 주부들의 명절기피증도 줄어든다고 장점을 소개한다.
또한 음복 후 술자리로 이어지는 성인남성들의 명절문화가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로 바뀔 수 있다며 ‘차례의 본래 모습찾기’를 주변에 권하고 있다.
명절이 즐거운 우리의 미풍양식이 되도록 함께 모이는 이번 추석에 가족회의를 통해 평등명절의 실천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