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문화재 복원

북한산 재발견

2005-10-25     권혁상
‘북한산성복원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해서 하루속히 복원해야문화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오 의원(한나라당)은 “북한산성에 대한 복원사업이 이루어진지 10~15년에 불과한데도 성문의 훼손수준이 심각한 상태이며, 성곽 또한 지반침하로 인해 바닥의 돌들이 모두 드러나 있어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성곽붕괴의 위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관리주체인 지자체가 구간별 각각 다른 수리업체를 선정, 성벽의 모양 및 재질이 모두 제각각인 엉터리 복원이 이루어지는 것을 문화재청은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니냐?”고 몰아세웠다.고양시는 현재 북한산성 전체 12.7km 구간 중 자연지대 4.3km를 제외하고 약 1/6정도 복원한 상태이다. 1998년에 중성문 문루 복원을 시작으로 2001년까지 백운봉~위문~북문~서암문~원효봉 구간 314.6m에 걸쳐 여장을 포함한 성곽보수가 이루어졌다. 이후로는 서울시 복원 구간과 형태가 다르다는 지적을 받아 사업이 중지된 상태이다. 고양시 문화재전문위원인 정동일 씨는 “시간이 갈수록 무너진 성곽이 등산객들의 발길에 짓밟혀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 복원이 추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안이 없어 중지상태가 지속 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고양시 관계자들과 서울시 관계자들, 그리고 학계, 문화재청 관계자들로 ‘북한산성복원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문제점에 대한 통일방안을 도출해 하루속히 복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문화재의 과학적 보존’이란 책을 쓴 최광남(1947~90, 전 해양보존처리장 소장) 박사가 혼신을 다해 복원한 신안 보물선은 지금 목포해양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이재오 의원의 지적을 듣고 보니, 최광남 박사의 문화재 보존에 대한 정신이 절실해진다. 야외문화재 보존은 이제 목제 보호각이나 유리 보호막 같은데서 벗어나 첨단 과학을 응용해서 이루어져야할 때이다.절경에 선인들 정서까지 보태 흠뻑 취하게 해줄 산영루峰影隨橫側(봉영수횡측)在樓仍滿樓(재루잉만루)支空團一氣(지공단일기)積健束高秋(적건속고추)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가 쓴 한시 ‘산영루(山映樓)’ 일부이다. 민경길이 편역한 ‘북한산ㆍ3’(집문당 간. 2004.)을 보면 이 시를 ‘봉우리 그림자들 멋대로 옆으로 기울고/누각을 비추니 누각 안이 또한 가득하네/허공을 버티고 있는 붉은 한 기운/힘을 모아 한 가을 붙잡고 있네’라고 풀어놓았다. 추사뿐만 아니라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월곡(月谷) 오원(吳瑗), 손재(損齋) 조재호(趙載浩), 아정(雅亭) 이덕무(李德懋) 등도 산영루를 두고 노래한 시들이 전해져오고 있다. 산영루는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산1의 1번지 중흥사 밑 비석거리 앞 6㎙ 가량의 절벽 위에 세워진 누각으로 1755년 발간된 ‘고양군지’ 등을 통해 알려져 왔으나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화가 홍성호씨가 소장하고 있던 노적봉을 배경으로 1920년대에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산영루 사진을 고양시에 제공해 줌으로서 그 실체가 확인됐다. 경치가 아름다워 조선시대에는 시회(詩會)가 자주 열린 것으로 알려진 이 누각은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는 주춧돌 13개만 남아 있다.이처럼 옛 시인묵객들이 보고 가만있을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정취, 게다가 우리 후손들이 흠모해 마지않는 추사나 다산 같은 분들을 가깝게 떠올리게 하는 정서까지 흠뻑 담긴 이 같은 산영루가 우리 가까이에 복원 된다면 우리는 저마다 보물을 하나 갖게 되는 크나큰 광영일 것이다. 고양시시사편찬위의 어느 위원의 말처럼 수도권 문화관광 명소가 될 것이다. 산중불국(山中佛國), 그 개국의 날은 언제인가 북한산에는 골골마다 절이 있다. 보살이 현신해서 왜구를 물리쳤다는 임진왜란 때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노적봉을 위시해 염초봉, 원효봉, 의상봉을 중심으로 현재 태고사, 상운사, 노적사, 덕암사, 부황사 등 총 122개의 사찰과 암자가 산중 곳곳에 창건 또는 중건되어 있다. ‘한국 불교의 성지’라 일컬어질 만하다. 여기에 1904년에 화재로 소실된 북한치영의 본영이었던 중흥사지(현재 복원 중 중단상태)를 비롯해 나암사지, 보국사지, 서암사지 등 대형사찰이 복원 되면 가히 ‘산중불국’이라 칭해도 무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산성 안에 있는 폐사지 가운데 중흥사지만 경기도기념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을 뿐 나머지 폐사지들은 대부분 멸실 위기에 놓여있다. 북한산에 대한 기록을 소상하게 남겨 놓은 성능(聖能) 스님의 <북한지>에 따르면, 북한산성이 축조되면서 기존의 사찰에 더해 21개 사찰을 산성을 지킬 목적으로 중수, 건립됐다고 한다. 그런데 고의적인 방화와 같은 일제의 만행과 더불어 6·25와 경제개발기를 거치는 동안 피폐해진 정신만큼이나 찬란했던 불교유적들이 깊은 산 속에서 폐허로 변해 방치되고 있다. ‘북한지’의 저자 성능스님의 사적비, 중흥사터에 건립해야조계종불교문화재발굴조사단은 지난 해 북한산 집중조사를 통해서 ‘발굴을 통한 정비가 급선무’라고 결론 내렸다. 만일 발굴 여건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각 사지로 무분별하게 나있는 등산로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조사단에 의하면, 국녕사지는 중창불사를 하면서 발굴을 하지 않아 유구가 거의 멸실되어 절 입구서 ‘한월당탑(漢月堂塔)’과 백자편을 수습하는데 그쳤다고 한다. 상운사에서는 조선 초기 불교조각사를 연구하는 귀중한 사료라는 평을 받고 있는 석불좌상과 북한산성 축조 시 조성된 아미타삼존불을 발견했다고 한다. 또한 봉성암과 용암사지 중간지점 계곡 능선에서 구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석기(긁개)를 수습했다고 했다.이 조사단은 이 같은 발굴조사를 통해 방치돼있던 호국불교의 얼이 서린 북한산 일대의 불교유적들의 실체를 확인함으로써 역사적으로, 또 불교사적으로 북한산이 갖는 의미를 재조명할 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 조사를 통해 “진국사 등 5개 사찰을 창건하고 북한산성의 축성과 수비에 지대한 공헌을 한 ‘북한지’의 저자 성능스님의 사적비를 스님이 주석했던 중흥사터에 건립해야 한다”는 과제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고양시는 정통사찰 상운사, 태고사, 무량사, 노적사, 국령사, 덕암사 등에는 지원금을 책정해서 지원하고 있으나 폐사지들에 대한 복원문제에 대해서는 점차적으로 문화재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태고사원증국사탑비(보물 611호) 누각, 축대 보수비로 2억 3천만 원을 책정해서 내년 5월 중에 수리하기로 하겠다고 윤일용(고양시 문화시설담당) 씨가 말했다.지난 23일에는 이 탑비의 주인 태고보우원증국사의 탄신 제704회 기념 다례식이 태고사에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되었다. 이 날 참석한 무공무상 서갑생(사단법인 대한불교문화연구원 이사장) 스님은 “고양시에서 원증국사 탄신일을 기해 ‘북한산 축제’와 같은 행사를 연다면 우리 불교계에서 적극 지원하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그런 행사가 만들어져서 원증국사의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산중불국(山中佛國), 그 개국의 날은 아마도 원증국사를 중심으로 북한산의 정신이 정립될 때이지 싶다. 북한산성행궁지, 국가기념물로 변경하여 복원 추진북한산성에는 상원봉 아래 깊은 계곡에 터를 잡고 있는 북한산성행궁지는 전체 규모가 124칸에 달했던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현재는 내전과 외전터로 추정되는 건물터와 축대 일부, 좌우의 담장터 등이 남아 있고 건물터 곳곳에는 기와조각들이 널려 있다. 문헌에 따르면 ‘대서문 아래 계곡에는 폭 15.5m, 높이 5m 규모의 수문이 있었다.’고 한다. 오래 전에 파손되어 소멸됐으므로 고증이 어렵지만, 폭으로 보면 간단한 구조의 평거식으로는 설치가 불가능하므로 홍예식을 도입해야 하며, 단일 홍예로는 공법상 어려우므로 2~3개의 연속 홍예를 갖춘 교량형식으로 만들어 동대문 옆의 수문이나 홍지문 옆의 오간대 수문과 유사한 형태였을 것으로 보인다. 수문 밑쪽에서 14대 째 살아온 김흥대(61세, 관광산장 대표) 씨는 “수문의 형태를 알고 있다손치더라도 1915년 대홍수로 계곡이 커져서 예전 같이 복원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복원해도 또 큰 홍수가 나면 또 무너질 가응성이 크다.“고 했다.문화재청 남효대(보정관리담당) 사무관은 “현재 경기도기념물로 지정 되어 있는 북한산성행궁지를 전반적인 조사를 통해 조건이 충족 되면 국가기념물로 변경하여 지정하고 내년부터 복원에 대한 기본계획을 세울 방침”이라고 했다. 또한 “중흥사, 비석거리, 산영루, 수문 등 그 중요성에 따라 연차적으로 복원해 나갈 것이지만, 연 1,000억 남짓한 예산으로 460개소 중에서 한 곳에 몰아서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국립공원 내 군부대 옮겼으면 15대째 흥국사 앞에서 북한산을 바라보며 살아온 양효석 고양시의원은 사기막골에 있는 군부대 내에도 팔각정 등 문화재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북한산공원에서 주민들을 몰아낼 생각을 하면서 남북 화해분위기가 조성 되고 있는 마당에 공원은 물론, 지역 주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 군부대는 왜 옮길 생각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개탄했다. “전략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사격장, 유격장은 내보내 공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김은성 간사도 “북한산 그 자체도 복원이 필요하다며, 복원공사 과정에서 변화가 우려되는 것들 즉, 식생, 경관, 동식물, 수질 및 지표수량, 소음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