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바람직한가?

2006-01-13     고양신문

최근 들어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여전히 낮아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고급화된 소비자의 의료수요 충족을 위하여 보험주체간 경쟁을 통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간략하게 그 타당성을 짚어보자.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한 근본원인은 보험재정의 한계이고, 이를 보완하려면 민간의료보험이든 국민건강보험이든 반드시 비용의 추가투입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고려돼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은 투입비용의 효율성인데, 양자 중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을 통하여 무상의료에 가까운 완전한 보장성을 확보하는데 100원이 추가로 소요된다면, 민간의료보험으로 같은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경우 적게 잡아 150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가입자 모집경쟁에 소요되는 과다한 비용과 주주에 대한 이윤배당을 고려하면 결코 과장된 계산이 아니다. 추가비용을 지불한다면 국민건강보험에 직접 지불하면 될 일이지 왜 굳이 민간의료보험이라는 우회적인 방식을 선택하여 비효율을 자초하는가?

고급화된 의료수요는 개인이 병원에서 비용만 추가로 지불하면 지금도 얼마든지 이를 충족할 수 있다. 국가가 과연 이런 일에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지 의문이다. 또 상업보험과 사회보험의 경쟁은 애당초 성립 불가능한 개념이다.

사회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은 능력에 따라 기여하고 필요에 따라 급여를 받게 되는 반면, 상업보험인 민간의료보험은 누구에게나 같은 가격에 제공된다. 가난한 사람에게 자동차를 더 싸게 팔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부자들에게는 민간의료보험이 유리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국민건강보험이 유리한데, 민간의료보험이 대체형으로 발전하여 부자들이 국민건강보험에서 이탈하게 되면 건강보험의 재정이 악화되어 소득재분배기능이 형편없이 취약해 질 것이고, 결국 건강보험을 유지하기 위하여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람직한 발전 방향인가?

2003년 기준으로 미국의 전체 의료비지출이 GDP의 15%에 달하고, 미국민 중 4,500만명 이상이 아무런 의료보장 없이 질병에 노출되어 있어 미국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의료비지출억제와 의료보험개혁이다.

의료보장을 주로 민간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의 운명이 이러할진대, 우리가 왜 서둘러 그 뒤를 따라야 하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점차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현상으로 인하여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으며, 현 정부도 새해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양극화 해소를 내세우고 있는데, 민간의료보험 확대와 같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를 저해하고 양극화를 부추기는 정책이 어떻게 양립이 가능한지 혼란스럽다.

임창식/ 일산동 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