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회관 연말 예약 '끝'

학원·유치원에 밀려 문화인 발동동

2001-10-27     이부섭
지난 10월 3일 추석연휴의 마지막 날 저녁 고양시청 주차장은 장사진을 이뤘다. 한편에서는 휴대용 가스버너를 이용해 삼겹살을 굽는가 하면, ‘내가 먼저 도착했다’는 사실을 서로에게 확인하기에 바빴다. 문예회관 12월 사용 신청을 하려는 사람들이 좋은 날짜를 선점하기 위해 선착순 줄을 섰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고양시 인구가 80만을 넘어섰음에도 공연시설이 새롭게 건립돼지 않은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 또 매년 10월부터 2월까지는 학예회를 가지려는 학원이나 유치원이 많은 관계로 매월 마지막 날에는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

3일 대관 신청을 하러 나왔던 모 합창단 단원은 “신청자가 밀린다고 해서 선착순 접수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관을 원하는 사람에게 신청을 미리 받은 후 추첨을 하는 방식이 공정하다고 본다. 또 추첨하는 시간에 나오면 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전날부터 기다리는 소모전을 피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11월이나 12월 중 청소년 민속놀이 한마당을 준비해 오던 한 문화단체의 대표는 ‘2달 전에 대관신청을 해야하고 그것도 선착순이기 때문에 전날부터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발걸음을 돌리며 그가 남긴 말. “우리가 가진 재주를 가지고 고양시에 문화마당을 펼쳐놓고 싶었는데 줄서서 기다리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안타깝다.”

이에 대해 문예회관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편을 잘 알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현재 대관신청을 두 달 전에 받고 있는데 그 기간을 3~4개월 정도로 늘리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시민들이 좋은 의견을 제시하면 운영방침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성라공원부지에 공사 중인 덕양문화체육센터는 2003년 완공예정이다. 또 내년에 공사를 시작해 2005년 완공예정인 정발산 자락의 일산문화예술회관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문예회관 이용에 관한 시민들의 불만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고양시가 풀어야할 또 다른 숙제 중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