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고양 유림

2006-05-28     윤영헌 기자

흔히 ‘유교’와 ‘유림’ 하면 낡은 문화로 치부하며 잘 봐줘야 ‘전통문화’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토요일 진행된 전통성년의례는 ‘젊은 고양유림’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이날 동구청 강당에서 만 20세를 맞이한 청년남녀 50여명과 그들의 부모들이 참석해 성년례를 가졌다. ‘성년의 날’ 하면 근대화와 함께 들어온 외국문화 중 하나이겠거니 하는 생각과 달리 성년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관혼상제’의 ‘관(冠)’의 예식이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으로 참석한 청년남녀들의 반응도 뜻밖이었다. 속도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이 행사를 따분하게 생각하리라 짐작했으나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참으로 뜻깊은 의례였다.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이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생일이면 케익짜르고 선물챙기고 하는 것이 익숙한 이들이 한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불편한 한복을 차려입고 몇 번이나 일어나 절하고 또 정좌해서 묵묵히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들의 입에서 ‘참석이 영광이다’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사회가 핵가족화되면서 우리 청년들은 누구로부터도 어른이 된다는 의미를 전해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그들은 어른의 의미를 행사시간 동안 되새겨볼 수가 있었을 것이다. 행사동안 옷을 세번이나 갈아입고, 상투를 틀거나 비녀를 꼽고, 어른 이름으로 ‘자(字)’를 받기도 했다. 유림의 진행자는 설명을 통해 “옛날에는 성년례 이후 대화도 ‘해라’에서 ‘하게’로 바뀌고 품삯도 어른품삯을 받는다”고 말했다.

인내할 줄도 알아야 하고 형식과 예법도 배우고 갖춰야 비로소 참된 어른으로 인정된다는 것을 느꼈기에 이들은 ‘뜻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에 이런 것이 있는 줄 몰랐고, 이런 성년례는 후배들에게도 널리 시행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각 가정에서 시행되는 관례(성년례)가 핵가족화된 지금에서는 어느 가정도 치를 수 없다. 이제 가정을 대신해서 고양 유림이 이들에게 어른의 의미를 새겨주고 ‘전통문화의 진수’를 느끼게 해 주었다. 청년들이 공감하는 문화는 ‘젊은 문화’이고 고양 유림은 ‘젊은 유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