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고양에서 새로 움턴 ‘최영장군 ’
최영장군위령굿-주민참여축제 전형으로 발전
최영장군대제-성웅 최영장군의 면모 재조명
잊혀져 왔던 ‘자랑스러운 고양인 최영 장군’이 올 가을 시민들에게 가깝게 다가왔다. 지난 주말 토일요일 양일에 덕양과 일산에서 열린 ‘최영장군 위령굿’과 ‘최영장군대제’ 행사가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14일 관산동 필리핀참전비 앞에서 거행된 위령굿은 올해로 7회를 맞이했는데 주민참여형 지역축제의 전형으로 발전해 가고 있었다. 오전 10시 준비 굿거리에서 시작한 위령제는 점심 무렵 본 굿거리가 시작되어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었다.
고양의 대표적 무속인인 정정자씨가 주만신을 맡아 하재용 김경수 문이숙 김용희 장윤정 이숙자 이은주 전화영 등의 무속인과 문종호 양환극 악사 등이 위령굿에 나섰고 신월숙 명창이 특별출연했다. 필리핀참전비 인근 대자동에 장군의 묘가 있는 탓으로 대자동과 관산동 주민들이 많이 참여한 위령굿은 주민축제가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자리였다.
행사장 한켠에서는 음료와 돼지고기 등 먹을거리를 준비해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했고, 점심 식사도 모두에게 나눠줬다. 굿판과 관람객의 자리가 맞닿아 있어 참가자들이 스스럼없이 굿판으로 나가 소원을 빌거나 만신과 사설을 서로 나누기도 했다.
또한 고양문화원 강선구 사무국장이 사회를 맡아 위령굿의 순서와 그 의미를 설명해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으며, 통일로로 나들이를 나온 차량이나 사이클족들도 가던 걸음을 멈추고 굿판에 참여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인근 산의 신령을 모시는 도당맞이로 시작한 본 굿거리는 정정자 주만신이 작두를 타는 장군별상님거리에서 위령굿이 절정에 달했다.
특별히 마련된 작은 무대 위에 작두를 놓고 정정자 만신이 그 위를 오르자 참석자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려 떠날 줄을 몰랐다. 정씨는 정발산도당굿과 행주산성 승전굿 등으로 고양의 무속전통을 잇는 대표적인 무속인이다.
대자동에 사는 김정숙 김금선 두 할머니는 “최영 장군이 계신 동네 사람으로 나라를 평안케 해 주시는 장군님 위령제에 참여했다”며 연신 굿판을 드나들며 소원을 빌었다. 관산동 두포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정운준씨는 “주민들이 모두 좋아하는 자리다. 이런 축제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즐거운 표정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다음날 일산문화광장에서는 ‘무민공 최영장군 대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의 특징은 성웅으로서의 장군을 기리는 첫 지역행사였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이날 행사는 고양시재향군인회장인 김건진씨 조직위원장을 맡아 후배 군인의 예를 갖춰 행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참석을 흔쾌히 승낙했던 고양시 주둔 군부장장들은 북핵사태로 비상경계령이 내려져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9사단 기수단과 군악대가 참석해 선배 군인의 애국정신을 추모하는 예식을 각별하게 진행했다. 또한 재향군인회 박세직 회장은 보내온 대회사를 통해 “역사적 위인이자 겨레의 스승인 최영 장군의 얼을 오늘에 되살리기 위해 장군 묘역의 성역화 추진과 추모제 사업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우리 향군 각급 회의 귀감이 된다”라고 치하했다. 김건진 조직위원장은 “최영 장군의 묘역 정비와 성역화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을 동시에 대응하는 길”임을 강조했다.
이어서 고양 유림에서 충절과 애국, 그리고 효의 상징인 최영 장군에 대한 제향을 올렸다. 제향 초헌관은 이강화 고양시성우회장이, 아헌관은 이영찬 고양시성균관유도회장, 종헌관은 한광우 고양씨족협회 고문이 맡았다.
행사의 마지막은 최영장군당굿보존회가 무대에 올린 추모굿이 장식했다. 원래 24거리로 올리는 황해도 굿을 이날은 몇 거리만을 선정해서 장군을 영혼을 위로하고 나라의 안녕을 기원했다. 서경욱 당굿보존회장이 주만신으로 나선 추모굿은 국립극장의 무대에 서기도 했던 서회장의 절도있는 추임새로 문화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휴일날 산책 나온 외국인들도 간혹 자리를 함께 하기도 했는데 특히 관심을 보인 미국인 Bob Goldstein과 Kerry Allen 부부는 “매우 독특한(unique) 공연”이며 “참 재미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9사단 군악대에 맞춰 참석자들이 함께 부른 ‘최영장군의 노러(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어르신 어버이뜻을 받들어/ 한평생 나라 위하여 바치셨으니/ 겨레의 스승이요 최영장군)처럼 장군의 정신이 고양에서 다시 움터오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