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앨범 계약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2001-05-28 김재덕
올해 3학년을 맡고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좋은 앨범을 만들 수 있을까, 혹은 학부모가 부담하는 가격에 적정한 질의 앨범을 제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앨범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다. 그런 고민 속에서 다른 지역(특히 서울과 인천)에 근무하는 선생님들과 얘기해보니 고양시 졸업앨범 제작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 현재 고양시에 있는 많은 학교(전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의 앨범 가격이 턱없이 높게 책정되어 있다는 점. 둘째, 앨범의 종류가 사진 앨범으로 국한되어 있다는 점(현재 다른 지역에서는 기본적으로 컴퓨터 CD앨범과 웹 앨범이 함께 제작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진 앨범조차 그 형식이나 규격 혹은 질이 획일적이라는 점 등이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문제점의 근원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러던 중 주목하게 된 것은 현행 학교에서 앨범제작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현재 행신고등학교의 경우 조달계약을 하고 있으며, 작년의 경우 표지는 인조우단, 속지는 유광아트지 크기는 신4절, 면수는 95면 부수는 450부로 4만6천원에 계약하였다. 그러나 서울의 한 업체는 기존의 사양을 한층 높이고도, CD앨범과 웹 앨범을 모두 포함하여 3만9천원선에도 가능하다는 견적서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좋고 싼 가격의 앨범을 구입하기 위해 공개 입찰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만치가 않다. 우리 학교의 경우를 되돌아보자.
3월 학교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에서 앨범에 관련된 2가지 일을 결정 했다.
첫째는 기존의 사진앨범 외에도, CD앨범과 웹 앨범을 만들자. 둘째는 계약은 수의계약으로 하되 상한가 4만9천원을 넘을 수 없으며 계약에 관한 실무는 행정실에 일임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운영위는 열리지 않았고, 앨범업체 역시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교장선생님, 교사위원, 학부모위원이 모두 동감하는 앨범 개선을 위한 노력이 도대체 왜 이렇게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일까? 행정실에서 밝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존의 업체가 워낙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다른 업체를 선정하여 수의계약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과 “공개입찰을 하더라도 어차피 경기도 업체만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기존의 업체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굳이 공개입찰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정실의 입장에는 몇 가지 의문이 있다. 기존업체가 무얼 근거로 강하게 반발하는가 하는 점과 공개입찰에 반드시 경기도 업체만 들어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첫 번째 의문에 대해선 본인도 확실하게 아는 바가 없어 말할 수 없지만 두 번째 의문의 경우 법적인 근거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공개입찰의 경우 지역업체를 선정하라는 법률이 있지만 단, 부득이 한 경우는 제외라고 되어 있다.
앞으로 앨범을 둘러싼 지루한 논쟁과 절차가 언제까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하루 빨리 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문득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개혁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몰랐다. 차라리 앨범을 만들지 않았으면….”
그렇다. 개혁은 정말 어렵다.
<행신고 학교운영위원회 교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