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자라나는 꿈틀이의 비상
우리는 가족끼리 약속된 일이고, 넌 부모님의 허락을 받지 않아서 데려가기가 곤란하다고 하니 자기는 할머니와 사는데 할머니는 자기가 늦게늦게 들어오는 걸 좋아하니 괜찮단다. 고양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해도 되는 축제의 날이라 우리도 굳이 만류할 이유가 없어서 같이 가기로 했다. 도착해보니 마침 점심시간이라 누구에게나 점심을 제공하는데 그때부터 아이는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리 먹으라고 권해도 자신은 점심을 먹었다며 아무것도 먹으려하질 않았다. 그러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은 방학 때면 제주도 엄마네에 가고, 주말이면 아빠 만나러 가서 영화를 본다고, 자기는 집이 3개여서 정말 좋다고 자랑을 한다. 자기는 학원에도 안 다녀서 시간도 아주 많다고, 그래서 아주 많이 놀 수 있다고 하면서 저녁이 되어 컴컴해지려고 하는데도 집엘 가려고 하질 않는다. 알고보니 그 여자아이는 동네 아이들과 엄마들의 기피 대상이라고 한다. 눈치없이 끼어들고, 청하지도 않는데 오고, 묻지 않는 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시간이 돼도 집에 가려하지 않고.
마음이 아팠다. 아직 초등학교 4학년밖에 되질 않았는데 그 아이의 삶이 너무도 고되고 외로움이 길어보여 며칠이나 그 아이의 모습이 지워지질 않았다.
고양여성 민우회의 ‘꿈틀이’는 이런 아이들의 공간이 되려 한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텅빈 집이 싫어서 동네를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다가 눈총을 받는 아이들의 포근한 쉼터가 되고자 한다. 다른 사람들이 관심없어하고 듣고 싶어하지 않는데도 괜한 얘기를 늘어놓는 아이의 외로운 마음을 헤아려서 귀담아 들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눈맞춰주어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며, 그 사랑을 맘껏 표현하는 편안하고 믿음을 주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올해 2월 ‘방과후 교실’ 준비팀이 꾸려진 이후, 방과후 교실의 목적과 방향성, 대상과 지역선정, 명칭 등에 관한 논의를, 아니 치열한 고민을 해왔다. 한 예로 대상을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 한부모, 조부모 가정 등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로 정하면서도 그러한 내용이 표면에 부각되면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에 단어하나, 문구 하나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할 정도로 세심한 논의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다른 공부방들은 어떻게 공부방을 만들고 꾸려나가는지 타지역 공부방을 탐방하기도 하고, 지역선정을 위한 조사를 위해 몇몇 대상지역의 동사무소와 복지관, 부동산을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녔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나 조사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제적인 방과후 교실의 공간 마련과 운영을 위한 재정마련이었다. 일일찻집, 일일호프 등 여러 방안이 나왔지만 최종적으로 후원의밤으로 결정하고 티켓을 팔고 후원자를 모집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사람들에게 방과후교실의 취지를 알리고 후원을 요청하는 일은 사실 쉽지가 않았다. 남한테 차리라 주면 주었지 달라는 얘긴 죽어도 못하는 내가 당당히 티켓을 팔고 후원을 요청하는 걸 보면 스스로도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즐겁다.
티켓이 한장한장 팔릴 때마다 후원자가 한명한명 늘어날 때마다 방과후 교실의 실체가 눈앞에 보이고 꿈의 공간 꿈틀이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에게 앞으로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다는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앞으로 꿈틀이가 제대로 둥지를 틀기에는 갈길이 멀기만하다. 여러분들의 도움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사람 한사람의 도움과 관심이 우리 아이들 가슴을 사랑으로 채워줄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받은 아이들이 만들어갈 미래는 정말 밝고 활기차리라고 확신한다. 또한 우리들도 꿈틀이가 아이들의 진정한 꿈의 공간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심지선/고양여성민우회 방과후 교실 ‘꿈틀이’ 상근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