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세내면 더 맛있어요”
황금 잉어빵 포장마차 박영순 씨
이번 겨울 들어 북서계절풍이 강하게 불었다.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날에도 원당성당 앞 황금 잉어빵 포장마차지기 박영순(40·사진) 씨는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허름한 공간에 잉어빵을 굽기위한 가스불꽃이 있지만 매서운 바람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천막 속으로 파고든다. 찾아간 기자에게 “하필이면 이렇게 추운 날 취재를 왔냐”면서 스티로폴 방석을 내밀었다.
황금 잉어빵 불판아래 초록빛깔의 둥그스레한 사랑의 열매 모금함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 10월부터 자리를 잡고 있다”며 “아파본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아픈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영순 씨도 1999년도 하반기에 혹독하게 IMF를 겪었다. 남편의 직장이 일정하지 않아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빚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 당시 붕어빵은 밀가루를 넣어서 반죽했고, 황금 잉어빵은 찹쌀가루와 밀가루를 혼합하여 반죽해서 더 바삭바삭한 맛이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황금 잉어빵 구이였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황금 잉어빵이 날개돋힌 듯 하루에 200개 이상 팔려 나가는 데는 ‘사랑의 열매 모금함’도 한 몫을 차지했다. 노점상에 모금함이 있는 것을 부담갖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오히려 “좋은 일 한다고 칭찬하며 모금함에 관심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원당성당 다니는 40대 후반의 한 아저씨는 대퇴골 수술을 한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다니면서 잉어빵 하나로 잃었던 어머니의 입맛을 찾았다며 단골이 됐다. 오천 원을 내고서 이천 원은 잉어빵값이라 하고 거스름돈 삼천 원은 모금함에 넣어준다고. 유치원 다니는 아이도 할머니 손잡고 와서 고사리손으로 넣으면서 잘했다고 박수를 치면서 좋아라하고, 잉어빵 값을 모금함에 모르고 넣는 이들도 종종 있다고.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장사지만 모금함에 들어간 돈은 그대로 이웃사랑을 위해 전달된다. 박씨는 ‘이웃사랑 부과가치세’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절로 흥이 난다고. 박씨를 지켜보던 뻥튀기 납품하던 사람도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모금함을 알리기도 했다. 그래서 뻥튀기 아저씨가 하는 모금함까지 고양시에는 60개의 사랑의 열매 모금함이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1월 중순까지 62일간의 집중 모금기간을 통하여 모아진 성금은 경기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로 모아져서 사회복지 시설로 사용하게 된다”고. 사랑의 열매 모금함놓기를 권유한 사람은 바로 송재은(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고양으뜸이 미용봉사회) 팀장이다.
주교동에서 ‘언니, 동생’하면서 지낸다는 정희(33) 씨는 “언니는 본인도 넉넉하지 않은데 지나가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보면 더 정중하게 인사도 잘하고 잉어빵 하나라도 건네주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린 단골들이라는 성사초등학교 2학년 문미림, 박영헌, 이하은 어린이들이 “우리엄마 단골인데요, 아줌마가 구운 잉어빵이 제일 맛있어서 여기만 오게돼요”라며 붕어빵을 사간다.
박씨는 남편 김성욱(44) 씨와의 사이에 진우(중3), 정우(초4)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두 사람은 소개팅으로 만나서 한달 만에 결혼했는데 성격차이로 갈등이 생겨 박씨가 백일도 안 된 진우를 두고서 집을 나갔다. 17개월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이는 눈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고. 따뜻하게 감싸주지 못하여 사랑이 부족하였던 아이는 그때부터 정서가 불안정하고, 사고력도 없고, 또래아이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 아직도 진우는 집에 오면 하루 종일 컴퓨터게임만 해 남편과 박씨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새해에는 영순씨의 바람처럼 “남편은 안정된 직장생활로 좀 더 가정살림살이가 넉넉해지고, 진우와 정우가 꿈을 먹는 아이로 쑥쑥 성장”했으면. 또한 한 평 남짓한 포장마차의 황금 잉어빵 한 개가 보통 사람의 행복과 웃음을 고소하게 구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