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단오행사 ‘땀에 비해 대접 소홀

‘마골’ 등 마을 문화 보존노력에 지원 아쉬워

2007-06-22     고양신문

지난 16일, 파란 하늘에 강한 햇빛이 내려쬐는 호수공원에서 성석동 마골두레패가 이웃 마을 두레패들과 함께 단오절기의 풍습 한마당을 펼쳤다. 호수 건너편 그네에서 하늘하늘 그네를 타는, 그 어떤 풍경화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에서 단오제의 시작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떡메를 휘둘러 인절미를 만들고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마골 마을에서 만들어 온 수리떡과 식혜를 마시며 씨름경기에 땀을 쥐는 등 마을 전체 주민과 관람객이 함께 어울려 다양한 놀이를 즐겼다. 또 마근개, 시묘골 등 다른 마을 두레패와 함께 어울린 다양한 공연에서 고급무대 위의 프로급 공연은 아니지만 흥겨움과 더불어 도·농이 함께 하고 있는 고양시의 정취를 있는 그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마골 주민들은 단오제 행사를 위해 농사철 틈틈이 풍물의 호흡을 맞추고 음식을 장만하며 신도시 주민과 함께 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호수공원으로 풍물을 끌어내 선보인 것이다.

1조원 중 문화단체에 2억여원 지원

고양시는 개성과 한양사이에 속한 평야지대로 농업을 주로 하는 농경사회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으며 또한 많은 왕릉과 사대부가의 묘가 밀집되어 있어 예부터 다양한 민속과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에 나오는 절기 풍습을 오랫동안 지켜왔던 지역이다.
그러나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새마을 운동과 거대한 신도시 개발과 함께 많은 이주민이 양산되고 자연마을에서 수백 년 씩 삶을 이어오던 사람들이 흩어지면서 이런 민속과 절기 풍습은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고봉산자락의 진밭마을의 정월대보름 풍속과 이웃 마골의 단오제, 북한동 일부의 산신제 등이 지역의 민속 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자는 경기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사업공모 중 전통문화분야에서 4년째 공모심사를 맡아 경기도 관내 다양한 전통문화단체의 사업계획서를 심의하고 있는데 일부 지역의 경우 경기문화재단에서 지원한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지역 기초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을 받고 있다. 고양시는 약 1조원의 1년 예산을 집행하는 거대한 도시로서, 약 12억8500만원의 사회단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2억3300만원을 문화예술단체에게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단오제 행사의 경우 경기문화재단 500만원, 고양시 350만원, 그 외 약 600여만원은 마을 주민의 자부담으로 치러졌다. 단오제 행사가 나름의 지역문화 축제로 발돋움하려면 지자체에서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에 힘써야 할 것이다.

예산지원 사업 문호 넓게 개방해야

여타 어느 지역에서나 자생적인 문화단체로 활동하는 것의 어려움은 일반적인 것이겠지만 고양시의 경우 일산과 화정, 행신지구의 개발에 이어 일산2지구, 식사, 삼송 등 많은 개발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어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삶의 터를 잃고 떠나는 원주민과 새롭게 들어오는 이주민의 이동이 매우 심한 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향토문화, 전통문화에 대한 보존과 전승, 그리고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화의 필요성과 시급함을 웅변해하는 것이다.

또한 작은 힘이나마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과 문화예술 교육에 힘쓰고자 하는 소규모, 미등록 문화단체들까지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의평가지표를 만들어 지자체 예산지원 사업의 문호를 보다 넓게 개방하여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 일산아람누리와 덕양어울림누리 등의 대형 문화공간과 상호보완관계로 발전하는 길일 것이다.

고양시의 사회단체보조금 지원 심의제도는 17개 실과와 사업소 산하로 분화돼 있는 각 단체를 일괄적으로 심의하여 지원 금액을 결정하는 제도로, 전문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심의 기관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타 부처 지원은 논외라 하더라도 ‘교육과 문화, 관광’을 표방하는 고양시에서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예산은 너무나 빈약하고 심의 기준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 심의제도의 개선이 미루어진다면 광역자치단체나 중앙정부의 심사를 통과해 예산지원이 확정된 단체에게는 가산점을 준다거나 이를 참고한 지원이라도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취재·사진 김한담 전문기자(전통예술문화원 하누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