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에 펼쳐진 푸짐한 손님상

정희섭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장, 문관부 문화예술교육 전문위

2007-06-22     고양신문

산업화와 도시화로 지금의 농촌은 더 이상 옛날의 농촌이 아니다. 단오를 명절로 지낼 수 있었던 농촌공동체는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마을과 사람들은 남아있다. 그들의 기억에 음력 5월5일은 여전히 단옷날이다. 창포에 머리 감고, 수리떡 해먹고, 그네 뛰고 씨름하며 흥겨워하던 날.

신도시에 단오는 물론 없다. 기억조차 가물거린다. 마골의 두레패들이 단오잔치를 자기 마을이 아닌 호수공원에서 열었다. 넓은 공원과 수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작은 판이고 조촐한 자리였다.

호수공원은 마을과 다르다. 사람들도 각각이다 남남이다. 잔치보다 ‘공연’이나 ‘축제’에 더 익숙하다. 간간이 앉아서 구경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눈길 한번 주고 그냥 지나친다.
그래도 좋다. 단오날 풍물 소리 들어본지가 언제던가. 씨름판 벌어진 지가 언제던가. 잔치는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잔치는 벌인 사람들의 몫이다. 그들이 흥겨워하면 구경하던 이도 덩달아 즐겁다. 힐긋 눈길 한번 주고, 별 볼 것 없네 하고 지나치는 자는 객이다. 행인이다. 끼어들어 퍼질러 앉아야 손님 접대를 받는다.

호수공원에서 벌어진 마골 두레패의 단오잔치에 끼어든 신도시 주민들은 푸짐한 손님상을 받았다. 입이 즐겁고,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겁고, 무엇보다 몸이 흥겨운 단오 잔치. 내년에도 다시 열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