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굴 영령 위로 위해 한데 모은 손
천주교·기독교·원불교 추모행사 열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후 첫 번째로 치러지는 올 금정굴학살 희생자 위령제는 보다 규모 있고 의미 있게 봉행되고 있다. 특히 종교계에서 각각 추모행사를 준비해 보다 뜻깊게 영령들과 유족들을 위로했다. 오는 12일에는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추모문화제가 열리고 13일에는 오후 1시부터 금정굴 현장 및 중산공원에서 제57주기 위령제전이 펼쳐진다.
◆백석동 성당의 천주교 추모미사 =금정굴 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을 달래기 위한 천주교 추모미사가 지난 2일 오후 8시께 일산 백석동 성당에서 열렸다. 제 57주기 금정굴위령제전의 종교행사로서는 제일 먼저 열린 이번 천주교 추모미사는 천주교 의정부 교구 주최로 천주교민족화해위원회의 이은형 신부가 이끌었으며 천주교 신도들과 함께 금정굴 유족회원, 시민단체 관련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여의 추모미사가 진행됐다.
이은형 신부는 이날 금정굴사건이 일어나게 된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고 전쟁 속에서 당시의 참상을 말하면서 “이러한 참상은 극한상황에서 서로가 믿지 못한 결과”라고 강론했다. 또 “고양시가 세계10대 도시로 선정됐지만 그 고양시가 품고 있는 가슴 아픈 역사인 금정굴학살과 같은 무고한 죽음에 대하여 철저한 과거의 반성과 사과 속에서 미래설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 후 유족들과 만남의 자리에서는 유족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듣고 위령사업과 평화공원추진에 힘이 될 것을 약속했다. /이병우 기자
◆고양시기독교연합회의 추모기도회 =영령들을 위로하는 종교행사 두 번째는 고양시기독교연합회 주최의 추모기도회. 기도회는 지난 6일 토요일 오전 11시 고양시기독교연합회(이하 고기연) 회장인 홍영수 목사의 사회로 일산밀알교회(탄현성전)에서 이뤄졌다. 특히 이번 추모기도회에는 고양평신도연합회와 고양YMCA, 고양YWCA가 참여해 기독교인의 마음이 한데 모아졌다.
신도들과 각계인사, 유족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김정식(고기연 증경회장, 송산제일교회) 목사의 기도 후 편부성(고기연 부회장, 화전교회)목사가 금정굴 희생자들의 안식을 위해 ‘위로의 하나님’이라는 주제로 설교했고 유기종(고기연 복지위원, 은빛사랑선교회)목사가 희생자와 유족을 위해, 박민재(주사랑교회)목사가 인권과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또 영령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축도는 유재덕(고기연 증경회장, 신도제일교회)목사가 집도했고 고양평신도연합회장 안형호 장로가 성경 봉독으로 참여했다.
이춘열 금정굴사건공대위 집행위원장의 경과보고에 이어 박화송 유족의 증언, 금정굴 사건의 다큐멘터리가 이어져 추모기도회에 참여한 이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기도회 후에는 인근 금정굴 현장을 방문해 유유골과 현장의 보존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강희정 편집인
◆금정굴 현장서 거행된 원불교 위령제 =원불교 위령제가 지난 7일(일) 오후 2시 금정굴 현장에서 열렸다. 소나무가 병풍처럼 펼쳐진 금정굴에서 60명 가량의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모였다. 원불교 일산교당과 화정교당이 주최했고, 고양의 교인들과 유가족이 모여 원불교 의식에 따라 진행됐다.
대종사는 법문을 통해 “억울한 영령들이 환하고 밝은 곳으로 가시기를 바라며, 이제야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유족대표는 “무참하게 학살당한 분들의 넋을 달랜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영령들을 추모하며 다시는 그런 끔찍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울먹였다.
이 날 식은 고요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고, 모인 사람들의 위로와 간절한 마음에 죽은 영령들도 이 뜻을 받아 들여고 편히 쉴 곳으로 가는 듯 했다. /윤상은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