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공간 부족 하루빨리 해결해야
정회룡 /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주차문화’라는 단어가 꽤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먼저, ‘문화’라는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라고 적혀있습니다.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우리의 일상적 생활 속에 깊이 들어온 주차문화의 개선 필요성에 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몇 년 전 렌터카로 독일에 있는 로렐라이(Lorelei) 언덕을 찾아 간 적이 있습니다. 도중에 루데스하임(Rudesheim) 주변에 주차를 했습니다. 라인 강변의 한쪽에는 화물열차가 다니고, 다른 한쪽에는 일반 유람선과 컨테이너를 실은 산업용 배가 다니고 있었습니다. 일요일이라 무료주차인 줄 알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주차장관리소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생소한 무인 주차티켓기계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자세히 읽어보니 2분에 0.05유로가 기본이었습니다. 30분 주차를 예상하고 티켓을 자동 발행하였습니다. 모두가 자율이었습니다. 누가 관리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성숙한 주차문화를 눈으로 확인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일산에 삶터를 옮긴지 벌써 8년이나 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백마마을주변도 갈수록 주변의 주차환경이 악화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다행히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는 주차공간이 여유가 있어 큰 문제가 없지만 가끔은 주차공간이 아닌 곳에 주차를 함으로써 다른 차들이 빠져나오기 힘들게 할 뿐 아니라 때로는 막힌 차량 때문에 귀중한 시간을 허비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분명 다른 곳에 빈 공간이 있는데 본인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니 서로가 주차질서를 잘 지키면 서로가 편하다는 사실이 몸에 배어 개선되고 있습니다.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작은 일들이 문화라는 틀 속에 녹아들어 서로에게 유익이 된다는 사실이 행동으로 보여지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2년전 까지만 해도 고3 수험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마두동 학원가의 변화되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습니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큰 아이를 데리러 근처의 독서실에 가곤 했습니다. 저녁만 되면 상가들의 차량, 학원가의 차량, 기다리는 부모들의 차량들로 인하여 3차선의 도로가 1차선으로 변합니다. 주차공간이 부족하기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곳은 4거리가 있어 유턴하는 차량과 좌회전, 우회전차량과의 접촉 사고도 우려되는 곳이기에 주차질서가 절실하게 요청되는 곳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가끔 차량이 뒤엉키는 곳이 되어버립니다.
방법을 찾는다면 밤에는 길 주변에 빈 차선을 활용할 수 있는 빈 공간이 있는데도 학생들의 편리를 위해서 학원건물 바로 앞에 세웁니다. 그러다 보니 특히 유턴할 때 한 번에 회전해야 하는데 차로의 복판에 멈추어 다시 후진해서 방향을 틀어야 하는 아찔한 모습도 많이 봅니다. 이것은 자기만이 편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사고방식입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합니다. 몇 개월 전 일산에서 살면서 8년 만에 처음으로 주차위반딱지를 뗀 적이 있습니다. 동네 병원에 가기 위해서 주변을 몇 바퀴나 돌아도 주차공간이 없기에 할 수 없이 건물 뒤의 빈 공간에 주차를 하고 치료를 받고 나와 보니 주차위반 스티커가 붙어 있었습니다. 타인에게 불편을 안 주도록 안전하게 주차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너무 억울했습니다. 주차할 공간을 마련해 놓지도 안고 과잉 단속만을 한다니 괘씸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차를 가지고 나온 내가 잘못인가? 법대로 주차위반을 단속하는 그들이 잘못인가? 누구의 잘못인지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십여 년 전일일 것입니다. 나들목을 빠져 나올 때 먼저 가려고 새치기 하는 차량 때문에 결국은 시간이 더 걸리는 모습을 몸소 체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엔가 한 대씩 빠져나가며 더 빨리 소통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앞의 차량이 먼저 나가면 그 다음은 내 차례라는 신뢰감이 있기에 서로가 양보하며 그렇게 나들목을 빠져나오며 그것이 서울 전역과 수도권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어 양보하는 작은 문화를 만들었던 적이 생각납니다. 서로가 마음의 여유를 가졌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시민의식이 자리를 잡아가기 때문입니다.
환경의 도시를 지향하는 고양시가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10대도시가 되기 위해서 작은 일부터 성실히 실천하는 고양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절대주차공간이 부족한 이때에 좀 더 진지하게 문제해결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차위반 딱지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성숙한 주차문화를 위해서 향상된 시민의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되어야 하며 충분한 교통질서 교육도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