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삼막골 가옥 한낱 땔감으로…
개발논리에 밀려 전통민가 '나 몰라라'
신도시 개발로 고양의 자연마을이 소멸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군사보호구역, 그린벨트지역 등으로 묶여 자연마을의 모습과 전통가옥, 마을신앙과 가신신앙이 살아남아 고양시의 역사와 지역문화를 대변하던 삼송지구가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그 흔적조차 사라져가고 있다.
광무 6년에 건립된 소중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는 삼막골 한 가옥도 한낱 땔감으로 해체된 현장이 목격됐다. 오금동(주소 기재) 좁은 삼막골 길을 따라가다 작은 개천을 건너면 불쑥 눈앞에 나타나는 고 박사의 별장으로 알려진 이 가옥은 상량문에 광무 6년으로 건립연대를 표기하고 있어 조선시대 후기 고종 39년(1902년)에 지은 집으로 확인됐다.
이 집은 고양신문 854호(2007년 11월 19일자)에서 이미 소개했듯이 관내에서 거의 볼 수가 없는 사대부가 살림집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건축기법의 고졸함과 겸허함, 또한 은연중에 보이는 위세가 다시는 고양시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평가할 만큼 소중한 전통민가의 유형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불과 두어 달 후에 찾아 간 이 집은 온갖 고물상들이 들어와 샅샅이 뒤져 가버리고 사랑채와 안채 일부 기둥과 지붕이 무너진 상태였다. 이제 황량해진 집터는 고양시의 지역문화 정책의 수준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경기문화재단이 약 5년 동안 1945년 이전에 지어진 경기도 전역의 전통건축물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도내 4900여 자연마을을 답사, 조사해 발간한 <경기도건축문화유산4권>을 보면 인근 김포시와 파주시는 지정된 전통가옥 문화재는 없으나 보존가치가 있는 민가로 김포시 5채를 선정했고 파주시도 5채를 꼽고 있다. 또한 양주군은 중요민속자료 제128호로 지정된 백수현 가옥과 문화재자료 제103호로 지정돼 있는 죽산안씨연창위종가 외에 3채를 보존가치가 있는 전통민가로 선정했다.
이번 조사 자료를 보면 경기 서북부 지역에서 유독 고양시만 보존가치가 있는 전통민가가 거론되지 않았다. 이는 고양이 대규모 신도시개발과 뒤이은 난개발로 급격하게 자연마을이 파괴되면서 보존가치가 있는 전통민가 대부분이 훼손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고양시가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하고 보호조치를 취했더라면 이후 삼송 신도시에 입주하는 신 고양시민에게 또 다른 문화적 향수와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지역 문화행정으로 길이 남았을 것이다. 고양시는 스스로 그 기회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