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학교 숲에서 놀자”

시 지원 조성뿐 … 학부모 참여 관리 필요

2008-01-26     고양신문

[이은정의 시민기자석] 어린이생태교육2

2003년부터 고양시는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숲 가꾸기’ 사업을 지원해 왔다. 경기도와 고양시가 50%씩 사업비를 지원하며 해마다 1~6개(2003년 1개교, 2004년 3개교, 2005년 3개교, 2006년 4개교, 2007년 6개교)의 학교가 심사를 통해 선정, 지금까지 17개교가 고양시의 지원을 받았다.

학교 숲 가꾸기 사업은 교육, 환경, 사회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첫째 학교 숲을 활용한 생태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나무와 풀, 곤충, 새들을 직접 보면서 오감을 이용한 관찰 활동이 가능해 지면, 생물종에 대한 정보 뿐 아니라 생태계를 이해하는 좋은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이 학교 숲 가꾸기에 참여해 식물을 심고, 가꾸는 일을 하면서 땀의 소중함도 느끼게 된다.

둘째 학교 숲은 생물의 서식처가 된다. 학교 숲 안에 조성되는 작은 연못 안에서는 수생식물들이 자라나고 물풀을 집 삼아 사는 작은 수서곤충들과 그들을 먹고사는 물고기, 새들이 어디선가 날아온다. 학교 숲 안에 쌓아 주는 건초더미와 낙엽들은 그들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의 집이 되고, 토양 속 유기물을 먹고사는 지렁이들의 삶터가 된다. 나무등걸과 돌무더기는 곤충의 산란터이며 작은 포유류 동물들의 은신처가 된다. 또한 학교 숲은 인근 마을 숲과 마을 숲을 이어주는 녹지축으로 중요하다.

셋째 학교 숲은 지역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주요한 터전이 된다. 학교숲 가꾸기 사업에 참여하는 학교들은 학교 숲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할 것을 약속하게 된다. 공원이 부족한 곳에서는 학교 숲 안에서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이 인근학교에 자주 간 다는 건 그 만큼 학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학교 숲은 누가 관리하나? 학교 숲이 조성된 학교를 모니터링 하다 보면 관리자들로부터 하소연을 듣게 된다. 학교 숲을 조성하긴 했는데, 이듬해 나무와 풀들을 살릴 퇴비 한 포대를 지원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는 학교 숲을 조성하는 예산은 있어도 관리하는데 쓰이는 예산은 없다. 관리는 전적으로 학교에 맡겨져 있다. 그러다 보니 작은 학교일수록 재정난과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학교 숲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

또한 대부분의 학교들이 학교 숲 관리를 담당교사에게 맡기고 있다. 학교 숲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나 열의가 없는 상태에서 맡는 학교 숲의 일은 과중한 업무중의 하나일수 밖에 없다. 학교 숲의 관리비를 시가 지원하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함께 가꾸어 나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학교마다 학부모를 중심으로 하는 학교 숲 사랑모임(가칭)이 꾸려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저학년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면 좋을 듯하다. 학교 숲 담당교사는 임기가 끝나면 다른 학교로 발령을 받아 가게 된다. 학교 숲을 이해하고 관리하기에는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다. 그에 비하면 학부모들은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까지도 학교에 머무를 수 있다. 자신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라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을 수 있고, 학교 숲 관리를 통해 자원봉사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해마다 늘어나는 학교 숲, 더 이상 활용교육과 관리에 대한 지원을 늦춰서는 안 된다. 고양시가 직접 조성된 학교 숲을 관리할 수 없다면, 학교가 스스로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학교 숲 관리에 대한 매뉴얼을 작성해 보급하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학교숲 코디네이터 과정을 진행하여 관리와 교육이 함께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숲 안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같은 나무와 풀을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는 일, 학교 숲을 가꾸는 일은 바로 우리 아이들의 삶터를 가꾸는 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