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볼링, 우리가 책임진다”

가람중 볼링부 학생체육대회 금메달 휩쓸고, 전국체전 대표도 선발

2008-04-15     박기범
요즘 가람중학교가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무슨 일일까? 궁금증을 안고 14일 오후 가람중학교로 향했다. 금빛을 따라 도착한 곳은 가람중학교 볼링부. 10여명의 여학생들이 와글와글 수다를 떨며 활짝 웃고 있었다.이들이 바로 학교를 금빛으로 물들인 범인(?)이란다. 가람중학교 볼링부는 지난 달 29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린 ‘제33회 경기도학생체육대회 볼링대회’에서 여중 2인조 1위, 여중 4인조 1위를 차지하고 여중 개인종합에서도 2위를 기록하면서 이번 대회 7개의 금메달 중 6개를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자체가 가람중학교를 위한 잔치가 돼버린 셈이다. 이번 대회 최대 라이벌인 조양중학교(양주시)가 바짝 추격해왔지만 조양중은 결국 가람중에 밀려 개인1위만 차지하고 2인조, 4인조 경기에서 각각 3위에 머물렀다.가람중은 고양시에서 유일한 중학교 볼링부다. 2003년에 창단된 볼링부는 그 동안 여러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왔다. 2005·2006년 전국소년체전 여중 4인조 금메달, 2007년 볼링 그랜드 슬램 달성, 대한볼링협회 최우수단체상 수상 등의 성적이 이들의 노력을 말해준다.이렇게 차근차근 성장해 오다 결국은 33회 경기도학생체육대회 볼링대회에서 사고 아닌 사고를 친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경기도는 가람중학교 없이는 볼링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제37회 전국소년체전 볼링부 경기도 대표가 지난 10일 발표 됐는데 총 4명의 선수 중 2명이 가람중학교 3학년 송연수, 김진선 선수다. 두 선수는 이제 전국체전에 경기도 대표로 나가 다시 한 번 학교와 고양시의 이름을 빛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 선수는 이번 33회 경기도 학생체육대회 볼링대회에서도 나란히 2인조와 4인조에서 호흡을 맞추고 금메달을 수상했다.“그 날 둘 다 컨디션이 별로였어요. 허리와 어깨에 통증이 좀 있었죠. 그런데 1등을 해서 좀 예상외였어요.”금메달을 딴 소감을 묻자 볼링부 맏언니답게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며 점잖을 뺀다. 이번 대회에서는 손혜원 선수와 김희은 선수는 송연수, 김진선 선수와 함께 여중4인조 우승을 이뤄내고, 여중 2인조에서는 나란히 2위에 올랐다. 손혜원, 김희은 선수는 이번 메달이 첫 메달이란다.“첫 대회, 첫 메달이에요. 둘이 메달을 따고 보니 이제 앞으로 둘이 함께라면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어요.”볼링부원들은 두 선수가 평소에도 손발이 잘 맞는 환상의 짝꿍이라고 치켜세운다. 이번 대회에서 선배들의 활약을 지켜본 1학년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부러워요~”라고 외쳤다.볼링부의 주장을 맡고 있는 송연수 선수는 전국중학교 랭킹 1위로 2007년 대한실업볼링협회로부터 최우수선수로 선정돼 장학금을 받는 등 촉망받는 기대주다. 송연수 선수가 생각하는 팀의 장점은 ‘분위기’다. 송 선수는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밝고 명랑합니다. 장난도 많이 치고, 대화도 많이 해서 신입 선수들이 들어와도 금방 적응을 하며 친하게 지냅니다”라고 설명했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어주고, 힘든 동계훈련을 함께 하다보면 서로 부둥켜안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단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가족보다 끈끈한 정이 생긴다고.가람중학교 볼링부의 끈끈한 정은 졸업한 선배들의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이 자주 가람중학교를 찾아오면서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고,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있다.선수들은 평소에 6교시 수업이 끝나면 매일 평균 3~4시간의 훈련을 받는다. 금메달을 휩쓸며 학교와 고양시의 이름을 빛내는 스타들이지만 학업과 훈련을 병행하고, 학교에서 떨어진 볼링장으로 연습하러 다니는 일은 체력적으로도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이들은 아직 훈련이 없을 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만 싶은 10대 소녀다.이들에게 볼링은 어느 날 우연히 찾아왔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꿈이었다. 김다민 선수와 강유리 선수는 학교에서의 C.A 시간에 볼링을 치다가 우연히 코치 선생님 눈에 띄어 볼링 선수가 됐다. 김미애 선수는 부모님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 아버지를 따라 볼링장에 간 것이 선수생활로 이어졌다. 이한나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 끝 무렵부터 부모님께 직접 말씀드리고 시작한 경우다. 스스로의 선택이었던 만큼 이 선수는 안 되면 될 때까지 훈련을 끝내지 않는 노력파로 평가받는다.그러나 부모님의 반대로 조금 힘든 경우도 있다. 김진선 선수는 “부모님이 두 분다 제 나이 때쯤 운동을 시작하셨어요. 운동선수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아시는 탓에 엄마의 반대가 좀 있었어요. 하지만 차츰 이해해주시고 지금은 많이 힘이 돼주시죠”라며 웃어 보였다.한가족처럼 훈련하면서 볼링의 묘미를 배워가는 가람중 선수들. 그들의 목표는 선배들부터 이어져 온 중학 볼링부 최강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작년 선배들이 받아온 우승기를 잘 지켜내서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후배들이 다시 그 우승기를 지켜내는 것을 보고 싶단다. 볼링에 있어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가람중학교 이규자 교장은 2005년까지 가람중 교감으로 재직하다가 그 해 9월 교장 승진과 함께 행신중학교로 발령이 났다. 그러다 올해 다시 가람중학교 교장으로 오게 돼 학교와 볼링부에 대한 애정이 크다. 이규자 교장 “교감으로 있을 때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는데, 참 대견한 선수들입니다. 선수들이 앞으로 열심히 해서 스포츠맨으로서 정신과 육체가 모두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랍니다. 1등보다는 최선을 다하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라며 흐뭇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