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집짓기

2001-05-28     김백호 회산서당 대표
“가엾구나! 계책을 내어 다스리는 자들이여! 선민(先民)을 법으로 삼지 않고 대도(大道)를 떳떳함으로 삼지 않으면서, 천(淺)하고 지엽적인 말만 가지고 다투는 것이 마치 집을 지으려 하면서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 지으려는 것과 같으니 이 때문에 집이 완성되지 않는 것이다”는 『시경(詩經)』<소아(小雅)>의 시 구절이 있다.

“길가에 집을 지으면 삼 년이 되어도 완성되지 못한다(古語曰 作舍道邊 三年不成)”는 말을 가지고 당시에 정치하는 사람들을 비판한 시이다. ‘어떤 사람이 길가에 집을 한 채 짓는 데 유능한 도편수를 찾지 않고 지나가는 나그네들의 말에 따라 짓겠다고 나섰다. 제 각각인 나그네의 말에 따라 지었다 허물었다를 반복하는 통에 삼 년이 되어도 집은 완성되지 않았다’는 옛날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위의 시에서 선민(先民)은 깨어있는 사람을 말하고 대도는 순리적인 도를 말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깨어있는 사람들의 말을 받들어 쓰고 순리적인 길을 가야 한다. 그런데 천(淺)한 말과 지엽적인 말만 가지고 서로 옳다며 싸우다 보면 결국 국민들은 지치고 나라는 혼란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