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째 해방둥이 지도체육대회
광복기념 다채로운 행사 … 화정1동 우승, 행신2동 응원상
제63회 광복절 기념 지도지역체육대회가 15일 충장공원에서 열렸다. 옛 지도면 지역의 7개동에서 2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번 체육대회는 광복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함께 열려 더욱 뜻 깊었다. 세원고등학교 타악 그룹은 우리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한껏 흥을 돋아 주었고 (사)국학원은 초대형 태극기를 동반한 퍼포먼스로 선수단 행렬을 이끌어 장관을 펼쳤다.
능곡동 선수단은 햐얀 티셔츠에 밀짚모자를 쓰고 ‘독도는 우리땅’ 이라는 깃대를 들고나서 시선을 집중시켰고 화정1동 선수단은 빨강 티셔츠로 열정을 과시했다. 경기종목은 육상, 축구, 배구, 씨름, 족구, 단체줄넘기, 2인3각 계주 등 7개 종목이었으며 마지막 절정은 축구 결승전이 장식했다. 힘겹게 결승전까지 올라 온 화정1동과 행주동 축구팀은 프로팀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했고 선수들의 움직임에 때라 응원단의 희비가 엇갈렸다. 전반기 화정1동에 2골을 내어 준 행주동은 후반기 한골을 만회했지만 마지막 역전의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화정1동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축구 우승에 힘입어 전체 우승을 차지했고 행신3동능곡동이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각 마을 선수단과 응원단은 경기 승부와 관계없이 놀며 즐기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행신2동은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그룹사운드가 출동, 시작부터 끝까지 흥겨운 노래와 댄스가 끊이지 않아 우승팀 트로피보다 더 좋은 응원상 트로피를 안았다. 행신3동은 마을 장기자랑 경품추첨 등 자체 행사를 푸짐하게 마련해 또 하나의 축제를 즐겼다.
주민 000씨(46세 행신3동)는 “마을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체육대회를 하다 보니 애틋한 애향심이 생긴다”며 “행신동에 이사온 지 12년, 체육대회에 참여한지 5년째인데, 체육대회 덕분에 이젠 고양을 고향처럼 정겹게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지도체육회 장순복 회장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개최한 광복 축제가 63년을 이어온 것은 마치 기적처럼 대단한 것”이라며 “체육회 모든 임원들과 각 마을 임원들은 체육대회 몇 달 전부터 몸살을 앓아야 하지만 주민들이 흥겨워하는 모습을 보면, 벌써 내년을 기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도체육대회 - 고양의 마을축제, 새 역사를 기록한다
전쟁도 가난도 이기며 ‘줄기차게’
1946년 해방 다음해에 시작된 마을 체육대회가 63년째 계속 열리고 있어 화제다. 고양의 옛 지도면 22개 마을주민들이 참여해 온 지도체육대회는 1950년 전쟁이 시작된 첫 해를 제외하곤 전쟁 통에도 열렸다고 한다. 해방을 자축하는 마을 축제로 시작된 체육대회는 이제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마을 문화유산이 됐다.
지도체육회의 오랜 전통 중 하나는 푸짐한 점심 잔치. 50년대 60년대에는 마을주민들이 쌀과 계란, 고기 등을 모아 어려운 시절에도 쌀밥에 고깃국을 넉넉히 대접했다. 맛난 한 끼가 그리웠던 동네주민들은 이 체육대회를 1년 내내 기다렸다. 체육대회를 위해 한 달 전부터 합숙훈련을 하기도 했고 아예 축구와 달리기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하나 둘씩 늘었다. 전 축구 국가대표 이영무씨 등 옛 지도면에서 유명한 체육인이 특히 많이 배출된 것도 지도체육대회 덕분이다. 우승한 마을은 온 동네를 돌며 마을잔치를 열었고 1등 한 선수는 마을 영웅이 됐다. 아깝게 우승을 빼앗긴 동네 주민들이 화풀이를 하는 바람에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고 서로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했지만, 칼로 물 베기. 막걸리 한잔이면 모두 즐거운 추억이 됐다.
지도체육대회가 60년이 넘게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이 대회를 주최해 온 지도체육회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체육대회의 역사는 다름 아닌 지도체육회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체육대회를 위해 물품과 기금을 모으는 일부터 대회진행, 그리고 마지막 청소까지 체육회의 몫이었다. 체육회는 지도지역 전체 대표와 22개 마을 대표로 구성돼 그 어느 조직보다 탄탄했다. 체육회의 역할은 대회 첫 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지난 15일 충장공원에서 열린 제63회 지도지역 체육대회 역시 체육회 임원들의 고된 준비 덕분에 치러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