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살 산신당목 지켜주세요

식골마을 지킨 성황당…택지개발 포함

2002-02-09     이부섭
당나무의 산신께서 마을을 지켜 준 덕에 60여가구가 별탈 없이 300년을 넘게 살아왔어요. 지난해 산신제 때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괜시리 울적해 지기도 하더라구요”라며 식골마을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아쉬워 하고 있다.

일산구 풍동 1통 식골마을 주민들은 풍동택지개발지구 A2지구에 포함돼 아파트가 들어설 곳에 서있는 산신당목<사진>과 터줏가리, 익양가리를 비롯 산신제터 100여평을 공원으로 지정 보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을회관 앞에 자리하고 있는 식골마을 산신제 터에는 주민들이 보호수 지정을 요청한 수령 300년의 산신당목(참나무)과 높이 주민들의 옷가지를 모아 놓고 마을의 안녕과 질병예방을 염원한 ‘터줏가리’와 마을 공동의 술을 빚어 보관하는 곳으로 풍년과 발전을 기원한 ‘익양가리’가 잘 보존돼 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300여년 동안 2년에 한번씩 산신제를 지내왔다. 하지만 풍동택지개발로 주민들이 마을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지냈던 작년 11월 20일 산신제가 사실상 식골마을의 마지막 산신제였던 셈.

식골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은 마을을 떠나지만 당목이 보호수로 지정되고 주변이 공원으로 보존된다면 공원 내에 식골마을의 역사 유래 안내문을 설치하고, 단풍나무도 심어 놓고 마을을 떠나겠다”는 입장이다.

중앙대학교 박전열 교수는 “도시에 인접한 곳이면서도 식골마을은 마을 공동체 의식이 잘 남아 있다. 특히 잘 다듬어진 터줏가리와 익양가리는 좋은 위치에 균형 잡힌 모습으로 잘 전승돼 있어 민속문화재로서 가치가 높다”고 평가하고 산신제 터가 보존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는 지난 1월 주민들에게 답변서를 보내 “이미 주공이 교통 및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토지 보상 중에 있어 보호수 지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가능한 산신당목과 주변이 보존되도록 주공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런 고양시의 답변이 있은 후 김규성 통장과 김수경(성원아파트·37)씨는 “아파트만 들어서면 무엇이 남느냐. 이곳에 들어와 살 사람들도 민속이 사라진 것보다 남아 있는 것을 원할 것”이라며 경기도에 보호수 지정 및 공원 지정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산신제터=수령 300년이 넘은 식골마을 산신당목은 참나무로 이곳에서 2년마다 가을걷이를 감사하며 마을의 수호신께 제사를 지냈다. 산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터줏가리와 익양가리를 새 단장하는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상징물이었다. 터줏가리는 마을 사람들이 모은 옷가지를 수호신에게 바쳤다. 어병가리는 업령(業靈)가리로도 불리는데 술을 담아 보관했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1.5m 높이의 금줄을 쳐 신성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