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고양사랑 나눔 걷기 축제 화제의 사람들
91세 참가자부터 최다가족까지 시선집중
아흔 한 살에 선두에서 25km 완주···걷기 대회 최연장자 백남연 옹
“내가 영광이었지요. 너무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30일, 북한산에서 호수공원까지 25km를 걷는 나눔팀에서 송원 백남연 옹(91세)는 단연 인기 ‘짱’이었다. 다들 “저 앞에서 아흔 한 살 되신 분이 걸어 가신다니까”하면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다들 걱정이 되어 쉬는 곳마다 차에 오르시라는 권유를 했지만 백 옹은 “괜찮다”며 젊은이들보다 서너 걸음 앞서 걸었다. 힘들다는 말도 없이 너무나 날랜 걸음으로 시종 선두를 유지했다.
백남연 옹은 새해가 되면 고양신문에 직접 한지에 쓴 글을 전해주었다. 대한민국 지도 모양으로 애국가를 한자로 풀어 쓴 것이다. 이번에는 ‘고양신문 걷기 축제기념’으로 쓴 글을 전하기 위해 6월 1일 신문사를 찾았다. 딸들이 걱정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당신이 더 좋았다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고양신문의 20주년을 한결같이 함께 한 애독자이기도 한 백 옹의 이번 걷기 대회 참가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
“고양신문 잘되는 것만 바란다”는 백 옹은 언제나 한결같이 행사마다 지지의 글과 함께 참여해왔다. 아흔이 넘은 연세에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유림서원에 들려 글을 쓰고, 오후에는 인사동과 양재동의 갤러리를 찾는다. 매일 일과처럼 찾다보니 이젠 화랑 안내원들이 알아보고 비싼 도록도 그냥 준다며 수줍게 웃는다.
“왜 쉬어요? 전 하나도 안 힘들어요”···최연소 참가자 고윤빈 양, 신현준 군
이번 대회에는 학생 참가자들이 많았다. 긴 거리를 걷는 것이 어른들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학생들은 시종일관 지치는 기색 없이 걷기 대회에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5천 여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최연소 참가자는 사랑팀(호수공원 5km)의 고윤빈(4세) 어린이였다. 엄마, 오빠와 함께 참가한 윤빈이는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 상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 위에 오르자 윤빈이는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내년에도 대회가 열리는 다시 참가할꺼예요.”
윤빈이는 수줍게 소감을 남기고는 엄마 손을 꼭 잡고 엄마에게 매달렸다.
윤빈이가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라면 신현준(원당초 4)군은 25km를 걷는 나눔팀 코스의 최연소 참가자다. 나눔팀 코스는 거리가 긴 만큼 좀처럼 학생 참가자들이 많지 않았다. 아빠와 함께 참가한 현준이는 대회 내내 씩씩하게 걸으며 쉬는 시간에도 “안 힘들어요. 그냥 걸어요”라며 밝은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 신명우씨는 애초에는 호수공원 코스를 신청하려고 했다. 그런데 현준이가 북한산에서 출발하는 25km코스를 걷고 싶다고 해서 회사에 연차를 신청하고 아들과 함께 참가하게 됐다.
신명우씨는 “건설회사에서 일하다보니 현장을 돌면서 매일 20∼30km는 걷습니다. 아들 녀석이 아직 어려서 잘 걸을지 걱정이었는데 오늘 보니까 아주 대견하네요”며 현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족 사랑 확인도장 꾸욱∼! … 아버지들 부성애 과시
5월의 마지막 주말에 열린 이번 대회에는 가족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가족 간의 대화마저 단절되는 요즘에 긴 시간을 함께 걸으며 서로의 땀을 닦아주고 대화를 이어가면서 가족 간의 사랑을 재확인하려는 생각인 것이다.
대회 최다 참가 가족은 6가족이 참가한 최학용(70), 장명자(68세)씨네 가족이었다. 딸들이 걷기 대회가 있다며 부모님께 함께 참여하자고 권유했고 최학용씨와 장명자씨는 모처럼 손자, 손녀들과 함께 할 생각에 흔쾌히 동참했다.
장명자씨는 “가족들과 함께 걸으니 기분도 좋고 걸을 만 했다. 더구나 대회가 봉사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 더 뜻깊었다. 내년에도 꼭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 유난히 친근한 모습의 아빠와 아들 두 쌍이 있었다. 마두동에 살고 있는 김경환(43세), 김태성(냉천초 6) 부자와 내유동에 살고 있는 백철효(36세), 백진철(원당중 1) 부자가 그들이다. 이들 부자는 이번 걷기 대회가 부자지간의 정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김경환씨는 25km를 걷는 동안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힘들었지만 함께 걷는 아들 앞에서 힘든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며 “앞으로 가부장적 아버지가 아니라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백철효 씨는 25km를 포기하지 않고 걸은 아들에 대해 “아이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남자다움도 느꼈다”며 “둘이 힘이 들수록 더 정이 들었다”고 전했다.
“참가 그 자체가 행복이고 봉사”…최혜순 봉사팀 단장
봉사팀은 대화중학교에서 출발, 킨텍스를 지나 노래하는 분수대를 거쳐 장항 근린공원에 도착하는 5km코스였다. 나눔팀이 고양시 덕양구의 상징인 북한산에서 출발해 일산을 상징하는 호수공원에 도착한다면 봉사팀은 서쪽의 상징물인 킨텍스를 통해 호수공원으로 집결하는 코스다.
봉사팀에는 특히 이번 대회 최다단체 참가팀인 대화중학교가 있어서 안전과 통솔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됐다. 이를 전체적으로 지휘하고 총괄한 것이 봉사팀의 최혜순 단장이다. 최혜순 단장은 현재 청소년적십자지도교사 고양지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런 대회는 학생들의 인성을 길러줄 수 있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타인을 돕는 활동 속에서 아이들은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봉사팀 참가자들도 이번 대회를 통해 나눔과 봉사의 의미를 되새겼다는 뜻이다. 아이들의 행복은 교사들의 행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도 교사들은 짧지 않은 5km의 거리를 걸으면서도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모습 속에도 교사들 역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최혜순 단장은 “내년에는 부족한 점들을 더욱 보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이 행복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신청한 호수공원…윤화순 사랑팀 단장
호수공원 구간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시민들이 신청했던 구간이다. 호수공원이 일산은 물론이고 고양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임을 보여준 것이다.
아침이면 많은 시민들이 운동을 즐기고 주말이면 가족단위 나들이 객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도 익숙해 참가신청자들이 많았다.
오후 1시 30분에 장항근린 공원에 집결해 인원을 점검한 뒤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장항근린공원으로 돌아오는 5km 코스였다. 사랑팀은 호수공원에서 잔디광장, 인공섬, 자연학습장 등을 지나면서 다시 한 번 호수공원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씩씩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 코스의 총 책임자는 윤화순 단장이 맡았다. 가장 많은 시민들이 참가한 만큼 어깨도 그 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윤화순 단장은 현재 대한적십자봉사회 고양지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번 대회 참가로 시민들이 나눔과 봉사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겼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화순 회장은 당초 신청자보다 참가자들이 다소 저조했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며 밝게 웃었다.
덕양과 일산의 상징물을 잇는다 … 나눔팀 김백호 단장
이번 대회의 최장 코스는 북한산에서 출발, 호수공원을 통과해 장항근린공원에 도착하는 나눔팀 코스였다. 더구나 나눔팀에는 참가자들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북한산 등반팀이 결성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산 등반팀은 나눔팀이 북한산에서 출발하는 만큼 새벽에 미리 모여 북한산을 등반한 뒤 다시 호수공원까지 걷자는 한 참가자의 제안으로 결성됐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25km구간인 나눔팀 코스 참가를 망설이는 상황에서 이들은 고양시민의 자랑인 북한산마저 등반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아직 주변이 어두운 새벽 4시에 모인 북한산 등반팀은 이번 대회를 알리는 깃발까지 들고서 10명이 함께 산을 올랐다. 모두들 2시간에 걸쳐 무사히 등반을 마쳤고, 8시에 다시 나눔팀과 합류해 호수공원까지 7시간 25km의 코스 걷기에 동참했다.
나눔팀은 이처럼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제안과 활기가 넘치기도 했지만 코스가 길어 자칫 안전사고의 우려가 제기돼 단장의 책임이 막중할 수밖에 없었다. 나눔팀 코스의 단장은 현재 고양신문 독자위원장이며 일산에서 단일문화원을 이끌고 있는 김백호 단장이 맡았다.
김백호 단장은 “이번 대회는 함께 걸음을 통해 나눔의 정신을 일깨웠다. 더구나 북한산의 맑은 정기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지역사회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산과 호수공원의 만남…유재덕 고양신문 이사(공동 대회장)
이번 대회의 공동 대회장을 맡은 유재덕 높푸른고양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공동대표는 젊은이들 못지 않은 체력을 과시했다. 새벽 4시 북한산 등반팀에도 합류한 뒤 북한산에서 호수공원까지 25km를 완주하고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특히 유재덕 대회장은 북한산 등반에서 돌을 하나 가져온 뒤 호수공원에 도착해서는 작은 병에 물을 담아왔다. 고양시의 두 개의 상징인 북한산과 호수공원의 만남을 통해 지역과 고양시민들의 화합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재덕 대회장은 “이번 대회가 나눔과 봉사의 의미를 담고 있어 뜻깊은데 이렇게 북한산과 호수공원의 상징적인 만남을 마련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앞으로도 사랑 나눔 걷기 축제가 더욱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눔축제로 거듭나길 기대…정헌모 경기도청소년적십자위원회 위원장(공동 대회장)
유재덕 대회장과 더불어 또 한 명의 대회장은 정헌모 경기도청소년적십자위원회 위원장이다. 경기도 교육위원이기도한 정헌모 대회장은 청소년과 교육 문제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많다.
특히 정헌모 대회장은 이번 대회의 준비과정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작은 일 하나까지도 직접 챙기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헌모 대회장은 유재덕 대회장과 함께 축제의 글을 만들어 이 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글에는 함께 하는 우리의 걸음이 나눔이며 이웃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웃에 대한 사랑, 봉사, 나눔이 강물처럼 흐르는 고양을 만들자는 뜻도 담고 있다.
정헌모 대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고 참가비는 전액 이웃돕기를 위해 기부하는 이번 대회의 정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 대회가 고양 지역에 나눔과 봉사의 정신을 확산시키는 나눔축제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랑 우리랑 잘 맞네요”…윤영 문촌7사회복지관 관장
아침 일찍부터 북한산에 모여 대회 시작을 기다리던 문촌7 식구들은 하나같이 밝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몇 시간이 지나 체력이 떨어지면 달라지겠지 싶었지만 완주할 때까지 그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웃을 위하는 복지사들의 마음은 체력과도 비례하는 모양이다.
윤영 문촌7사회복지관 관장은 “오늘 원래는 문촌7복지관 직원들의 교육 날이었어요. 행사 소식을 듣고 직원들에게 얘기하니까 다들 ‘우리가 언제 그런 기회 갖겠냐’며 찬성해서 65명 전원이 참석하게 됐죠. 직원들과 함께 해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어요”라고 밝혔다.
“저 완주한 거 맞죠?”…박규영 고양시의회 의원
박규영 고양시의회 의원(비례대표)는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은 했지만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대회전부터 박 의원은 집 근처 공원 등에서 틈틈이 운동을 하며 준비를 해오기도 했다.
대회 당일에도 모자, 가방, 등산복까지 완벽하게 갖춰 입은 박규영 의원은 대회시작을 알리는 나눔팀 단장의 출발 신호와 함께 힘찬 첫 발을 내딛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5월 마지막 토요일의 걷기 대회가 다소 힘들기는 했지만 박 의원은 참가자들과 담소도 나누며 결국 완주에 성공했다.
“야간 산행 한번 다녀오긴 했는데 사실 잘 걷지 못해서 좀 걱정을 했어요. 제가 25km를 완주했다는 자체가 너무 자랑스럽네요. 북한산에서부터 호수공원까지의 정기를 시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 뿌듯합니다.”
나눔팀 유일한 참가 여학생…아빠와 함께 참가한 정은지양
나눔팀 코스는 25km, 7시간이 예상된 탓인지 학생들의 참가도 적었고 특히 여학생들의 참여는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런 이유인지 유독 정은지양의 참가는 주변의 이목을 끌었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인 은지양은 이번 대회에 아버지 정명도씨랑 함께 참가했다.
정명도씨는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데 모처럼 오붓한 시간이 될 것 같아서 기대된다”며 출발 전부터 설레는 모습을 보였다. 정은지양은 “코스가 길어서 과연 호수공원까지 걸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걸어보겠다”고 말했다.
정명도씨는 밭을 지날 때면 한 참 자라고 있는 작물을 보면서 딸에게 설명도 해주고, 딸은 아빠의 설명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렇게 부녀간의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두 사람은 어느 새 호수공원에 도착했다.
“10년 우정으로 무사히 완주”…MKS상사 곽미란 천경이 김진희 이승오씨
나눔팀의 출발지점인 북한산 입구에 누구보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곽미란, 천경이, 김진희, 이승오씨다.
이들은 갈현동에 있는 귀금속 전문 제조·수출업체인 MKS상사에서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들이다. 이들은 일산에 살고 있는 곽미란씨의 제안으로 이번 대회에 함께 하게 됐다.
곽미란씨는 “대회의 의미가 좋아서 참가하게 됐다. 창릉천이 좀 오염된 하천이라고 생각했는데, 새들이 찾아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창릉천에 대한 애정도 새롭게 생겼다고 말했다.
10년을 한 직장에서 일해온 4명은 끈끈한 우정을 자랑한다. 평소에도 함께 모여 등산을 다니며 가족처럼 지낸다. 이번 대회에 참가해서도 때론 친구 같고 때론 자매 같은 끈끈한 우정으로 호수공원까지 25km를 무사히 완주했다.
“고양, 얼마나 알고 계세요?”…문화·자연해설사 6인 참가
“북한산이 고양 땅이란 사실을 아세요?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가 고양시 덕양구 북한산동 산 1-1번지랍니다.”
김민정, 선희정, 김미수, 김세희, 배성연, 권영숙 해설사가 고양사랑나눔걷기축제 나눔 코스의 출발점인 북한산이 바로 고양의 땅이라고 설명하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에 집중했다.
고양사랑나눔걷기축제 나눔 코스(북한산-호수공원)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함께 했다. 바로 6명의 문화·자연해설사들이었다.
이들은 창릉천과 화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고양의 자연과 역사를 설명하며 참가자들에게 고양시민이란 자긍심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25km라는 긴 코스동안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사이사이 해설을 통해 활기를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