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현양(顯揚)과 보은(報恩)

<김백호의 세상만사>

2009-06-09     고양신문

김백호/선도원 단일문화원장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사람에게 보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대상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없어 한 인물이나 한 사안에 대해서 정반대의 견해가 팽팽히 대립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선생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6.25와 베트남전쟁 참전용사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같은 경우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각각 다른 시각에서 포상을 받은 일도 생겼다.

과연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인지. 이런 사실은 우리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

그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 기준이 모호할 때 그 사회는 반드시 혼란하게 되어 있다. 혼란한 가치기준을 올바로 세우려면 현양과 보은정책을 잘 펴야 한다. 현양과 보은은 그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 구현의 방법이기에 그렇다.

자고로 어떤 사람을 현양하는지 어떤 사람에게 보은하는지를 보면 그 사회의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예부터 그 사회의 정신을 바로세우고자 하면 정신이 바른 이를 현양하고 보은하였으며, 의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하면 의로운 이를 현양하고 보은하였고,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면 효자 효녀와 열부 열녀를 현양하고 보은하였다.

조선시대에 자신들을 반대한 정몽주와 사육신을 높이 현양한 것은 충(忠)과 의(義)의 선양이 목적이었고, 신라 때 손순으로부터 조선시대의 효자 열녀 등의 표창은 효(孝)의 선양이 그 목적이었다.

대한민국 수립이후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현양의 대상으로 수출탑이나 저축왕은 경제재건의 의지가 실려 있고, 이승복 같은 경우는 이념대립의 아픔이 담겨 있으며, 이순신장군은 무인의 높임과 영웅 출현의 갈망이 실려 있다.

이처럼 정부주도나 또는 어느 집단의 가치판단에 의해 현양의 대상으로 삼은 인물들은 근대 이후에도 꾸준히 있어 왔다. 그런데도 현재 우리 사회가 현양의 대상과 평가에서 혼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근본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곧 스스로들의 가치기준에 의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근본적인 기준은 없는 것일까?
선하고 의로운 가치를 자신의 몸을 내던져 이뤄내는 것이 바로 그 기준이다. 성어로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사리사욕을 얻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은 당연히 현양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사회가 혼란을 극복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국이 되는 길은 현양과 보은의 정책을 올바로 펴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국가에 헌신한 사람들을 현양하고 보은하는 것도 중요하나 사람들의 삶 자체를 바꾸는 정책의 실시가 무엇보다 더 시급하다.

각종 선발 기준에 인성의 반영 비율을 높여야 한다. 공무원시험과 각 기업 입사시험 및 승진시험에 효자 효녀 선인(善人) 의인(義人)의 우대조항만 넣어 실시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크게 변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현양과 보은을 통해 선하고 의로운 사람이 우대받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200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