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뉠 곳 없는 영령들 앞에서 눈물만”

제59주기 금정굴 민간인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전

2009-09-28     이병우 기자

 

▲ ‘금정-지난 26일 장항근린공원에서 진행된 금정굴 민간인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전에서 유족들이 영령을 모신 자리에 잔을 올리고 있다.

제17회 금정굴사건 위령제와 제2회 고양부역혐의사건 위령제를 겸하여 열리는 제59주기 고양지역 민간인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전이 지난 26일 열렸다.

유족과 시민들은 이날 오전 1시 일산서구 탄현동 산 23-1번지 금정굴 현장에서 약식 제례 후 장항근린공원으로 장소를 이동해 금정굴 넋들을 위한 무천제와 본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금정굴 위령제에서는 해원굿을 맡아 해오던 무당시인 오우열 선생의 주선으로 한국무교 전문교양대학 김흥수 이사장의 연출로 큰 굿판이 펼쳐졌다.

이날 낮 1시 무렵부터 두 시간 가량 펼쳐지는 이 ‘금정굴 넋들을 위한 무천제’에서는 대무당 장성만이 부정거리를, 만신 남수진과 강고은이 제석거리와 넋대신거리를, 큰만신 한상분이 장군, 신장, 영실거리를, 무당 전상열씨가 시왕창부거리를 맡아 진행했다. 이어서 무당시인 오우열씨의 굿풀이로 두 시간 큰굿을 마감했다. 이어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4개종단 대표자들이 금정굴 영령들을 위로하는 공동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1950년 10월 금정굴 사건이 일어난지 59년이 흘렀고, 1995년 피해자 유족들이 찾아낸 유해들이 서울대 법의학센터 1층 사체 부검실에 임시로 유해를 맡겨진지 14년이 흘렀으며, 2007 진실화해위에서 금정굴사건을 ‘경찰 책임하의 불법집단살해’라고 규정하며 국가와 지방자치체에 유해 안치 등의 후속조치를 시급히 취할 것을 권고한지 2년이 흘렀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이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가의 유족들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유골·유해를 봉안할 수 있는 추모시설 설치’ 등을 권고했지만 정부의 권고 이행이 지지부진해 추모시설 설치는 아직 기약이 없는 상태다. 

고양금정굴학살희생자유족회 서병규 회장은“지난 9월 7일 유족들은 번듯한 뫼등하나 없는 부모, 형제들의 성묘를 다녀왔다”며 “서울대병원 창고에서 올해도 몸을 뉠 자리 없이 차디찬 창고에 계신 영령들에게 잔을 드리며 안타까운 마음에 한없이 눈물 흘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