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위 7년 제 자리

교장 방어…학부모 무관심

2002-03-09     김인아
교육감 선거, 교육위원선거를 뽑는 이들은 각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이하 학운위)들이다. 올해는 경기도 교육감 사퇴로 교육감 보궐선거와 교육위원선거가 같이 있는 해다. 경기도 교육 4년을 결정하는 중요한 길목에 있다.

학운위 전체 역할에서 생각한다면 선거인단 활동은 작은 부분일 뿐이다. 학교 살림을 심의하고 자문하는 기구다. 교육부가 만든 학운위 지침대로 라면 학교 교육자치의 핵으로 자리잡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학부모‘또다른 학부모 단체’ 정도로, 학교 관리자는 학운위를 ‘학부모 간섭 도구’로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이 제대로 된 학운위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학운위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여러 가지다. 학교 예산의 편성부터 결산까지 심의하게된다. 특별활동, 초등학교의 재량활동, 중학교 선택과목 결정도 심의 사항이다. 앨범, 교복 구매도 소위를 구성해 공동구매를 할 수도 있다. 급식 업체 선정, 식재료 검수같은 활동도 가능하다.
특히 예산, 앨범, 급식 같은 중요한 부분에서는 소위를 구성, 위원들이 한 분야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전문성를 기를 필요도 있다.

학교발전기금도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의결사항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학부모 단체에서 일정액을 정해 모금하는 형태가 많았다. 그 운용 또한 교장에게 일임, 문제가 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학운위는 지금까지 교장 한 사람에 의해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학교를 여는 열쇠다. 그 만큼 학부모의 참여가 요구된다. 또한 학교 관리자의 열린 태도가 무엇보다도 급하다. 학운위가 만들어진 지 7년. 그러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대부분 ‘또 다른 학부모단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참교육 학부모회 박이선 씨는 “그만큼 학교가 폐쇄적이라는 반증”이라고 지적한다.

학교장이 ‘입맛에 맞는 학부모’를 운영위원으로 내정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더 나가 규정에도 없는 ‘자격 제한’을 만들어 ‘골치아프게 할 학부모’ 입후보를 사전에 막는 예도 있다.

학운위 위원은 정식 입후보를 통해 전체 학부모회 선출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편의상 간접 선출’을 하는 학교가 많다. 참교육 학부모회는 이런 점을 지적 “직접선출을 법제화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학교의 충분한 홍보도 강조한다. 선거 참여를 원하는 이들은 접수하라는 가정통신문이 접수 마감 전날에야 가정에 도착하기도 한다. 학교 관리자의 의도적인 지연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학운위 활동 과정에도 소위 구성 같은 구체적 활동에는 학교 관리자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 ㄷ초는 학운위에서 앨범소위를 만들어 앨범을 공개 입찰했다. 수학여행지 직접 답사해 선정했다. 학교측은 “그런 것까지 간섭하냐”는 태도를 보였다. 급기야 2학기에는 한번도 운영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학운위가 제자리 걸음인 건 학교의 철옹벽이 문제다. 또한 ‘아이가 볼모’라고 생각하는 학부모 생각이 바뀌어야한다. 참교육학부모회 박이선씨는 “학부모의 용기가 필요하다”며 “학교 밖에서 아무리 불만을 얘기해도 개선하기는 어렵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학교가 조금씩이라도 바뀔 수 있다”며 학부모 참여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