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발초 풍물부가 만드는 우리가락
함께하는 연습으로 전통과 끈기, 사회성 길러
지난 17일 정발초등학교 훈민관에 들어서자 북과 채를 잡은 아이들의 손을 타고 울려퍼지는 경쾌한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곳은 정발초등학교 풍물부의 연습현장. 2010년 새학기에 맞는 첫 연습시간이었다. 중앙에서는 5, 6학년 학생들이 상모를 돌리며 북과 장구, 소고, 꽹과리를 두드리고 안쪽에서는 이제 4학년 신입부원들이 선배들의 연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발초 풍물부는 작년에만 고양시 예능경연대회 사물놀이와 경기도 청소년 종합예술제 농악부분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10월에는 전주대사습 전국학생대회에 참여하여 중·고등학생들과 겨뤄 당당하게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놀라운 수상실적을 자랑한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에는 정발 교과특성화반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기본 연습은 매주 수요일 수업이 끝난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이뤄지지만 신입단원이나 보충이 필요한 단원들은 아침시간을 이용해 연습에 매진한다. 지속되는 연습에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김현정(정발초·5)양은 “오랜 시간동안 상모를 돌려야하 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한번 연습하고 실력이 느는 걸 느끼고 나면 매번 보람이 있어요”라고 말한다.
외부강사로 초빙된 터벌림 대표 장구석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신나게 장단을 맞추고 나면 후반 연습시간에는 각 파트별 연습이 있었다. 선생님의 지도가 닿지 않는 팀은 각각 상급생들이 나선다.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아이들에게서는 ‘나’보다는 ‘모두’ 속에서 장단을 맞춰가는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 선생을 따라 노인의 날 경로당 공연이나 홀트아동센터 활동을 통해 봉사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정발초 풍물부 학부모들은 아이들 연습이 있을 때마다 당번을 정해 간식을 챙겨주기도 하고 년 2회 하루 8시간씩 연습이 이뤄지는 강행군 캠프에도 동참한다. 학부모 이백조씨는 “아이들이 열심히 하고 학교에서도 인정을 해주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활동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올해 새로 부임한 한철연 정발초등학교 교장 역시 “사라져가는 전통을 교육을 통해 이어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며 풍물부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정발초 풍물부이지만 아쉬움도 있다. 많은 학생들이 재미를 느끼고 열성적으로 활동하지만 정작 중학교에 올라가면 풍물부가 없어 그만둬야 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장구석 선생은 “고양시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이 아이들을 지원해준다면 지역을 대표하는 또다른 전통문화가 생겨날 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한다. 과연 이날 만난 학생들과 학부모, 선생님들을 보면 고양시를 대표하는 전통문화는 이미 싹을 틔운 것일지도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