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접근 어려운 투표소 '부지기수'

6.2선거 맞아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모니터링

2010-05-27     윤영헌 시민기자

고양시 201곳 투표소 가운데 중증장애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경기장애인인권포럼(대표 안미선) 부설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6.2선거를 맞아 장애인의 참정권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선거차별 금지! 투표소 접근권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에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우선 고양시 전체 투표소 201곳 중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없는 곳이 70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소가 설치되어 있는 건물의 출입구와 가장 가까운 장소에 장애인전용주차장이 설치되어야 한다는 의무기준을 지키지 않고 장애인전용주차장을 설치하지 않은 곳이 70곳이나 되었는데, 이를 구별로 살펴보면 일산서구 45.8%, 일산동구 34%, 덕양구 28.2% 순으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미설치된 확률이 높았다.

또한 주출입구 경사로가 미설치된 곳이 35곳으로 나타났고 이 중에서 덕양구 노인정, 마을회관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주출입구의 설치 기준을 지키지 않는 투표소 35곳은 아예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혹은 휠체어로 접근하기에 너무 높은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정(경로당), 마을회관이 투표 장소로 많이 지정된 덕양구는 이러한 경사로의 설치기준에 못 미친 건물들이 많이 발견되었다.

▲ 주출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아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효자동 복지회관 투표소
최근 시각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점자형 선거 공보물 제출과 점형블록 건물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에 점형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전체 201개 투표소 가운데 183곳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했다. 고양시 투표소 가운데 점형블록의 미설치율은 일산서구가 전체 평균보다 더 높은 96.6%를 차지하였다.

고양시 투표소 201곳 중 18곳은 2층 이상의 투표소이었는데 그 중 엘리베이터가 미설치된 건물은 일산동구 1곳(장항2동주민센터), 일산서구 1곳(일산2동주민센터)], 덕양구 1곳(효자3동 마을회관)으로 총 3곳이 조사되었다. 전동 휠체어를 타는 중증장애인들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없을 시 투표소로 전혀 접근을 하지 못해 장애인의 참정권이 무참히 차별받을 수 밖에 없는 상태다.

▲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은 효자 3통 마을회관 입구
장애인전용화장실이 미설치된 투표소 건물은 201곳 중 82곳이었다. 주로 초, 중고등학교에는 장애인전용화장실이 남녀 구분이 되어 설치되어 있었지만 이 또한 편의증진법의 의무사항 기준에 맞지 않아 선거 당일 장애인들이 실제적으로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화장실이 설치된 119곳 가운데 40곳(33.6%)이 좁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 임했던 고양시 거주 장애인 당사자들로 구성된 모니터단들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201곳 투표소를 전면 조사하였다. 처음 투표소 접근권 모니터링을 경험한 윤인중 단원은 “훨체어를 타고 집 주변의 초등학교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아파트 단지의 노인정까지 일일이 직접 찾아가 조사를 하면서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투표소의 접근성을 높여 장애인들의 참정권을 확보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전했다.

본 사업을 주최하였던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이지수 간사는 “이번 모니터링은 지역의 장애인들이 직접 당사자로서 참정권을 확보한 공적 행위로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며 “5일이라는 짧은 모티터링이었지만 이를 통해 엘리베이터가 미설치된 2층 투표소 3곳 중 2곳의 장소 변경을 이루어냈다”며 이번 조사에 대해 만족해했다. 그는 또한 “경사로가 미설치된 투표소 리스트를 발송하여 선거 당일 간이경사로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전했다.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24일 ‘고양시 단체장과 광역후보에게 듣는 장애인 정책 공청회’자리에서 본 투표소 접근권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고 지역 장애인들에게 지역현안에 적극 참여하게 하여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찾아주는 시간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