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포포 위 23일 “국민의 소리 들어라”
2010-08-18 고양신문
걱정했던 태풍이 다행히 별일 없이 지나가고 또다시 폭염이 시작된 이포보 현장. 인권위 조사관이 방문한 오전, 사업을 찬성하는 주민들의 선무방송이 잠시 잦아들었지만, 밤이 되자 서치라이트로 고공의 활동가들을 괴롭히는 일이 계속되었습니다.
공사를 맡은 대림산업과 경찰은 고공의 활동가들과 현장 상황실이 연락하는 무전기의 건전지 충전을 거부해 외부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안전이 아닌 외부와의 소통 수단으로 무전기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충전을 거부한 것입니다.
11일, 서울에서는 전국의 대표자, 활동가들 100여명이 모여 비상회의를 열고 4대강 사업 저지와 이포보 위의 활동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 통합상황실 구성을 결의했습니다.
아름답던 이포습지는 중장비와 포크레인에 파헤쳐져 속살을 드러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지역 주민의 애환과 정서를 품어주던 이포나루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생태, 환경, 역사, 문화를 모두 파괴하는 현장의 모습입니다.
한강과 낙동강을 억지로 연결하여 뱃길을 만든다는 한반도 운하계획이 물류와 관련, 경제적 타당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 판명이 났습니다. 이번에 정부는 관광을 명분으로 내세우더니 국민적 반발이 일어나자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다는 4대강 사업으로 말만 바꾸어 강의 생태계를 깡그리 망가트리고 있습니다. 전 국토의 구석구석에서 이와같은 생명 경시의 토건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우리 고양시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7월 초에 발생한 고양시 최대 백로 서식지의 벌목으로 인해 1천여 마리의 백로들이 목숨을 잃고 다치고, 서식처를 잃은 사건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규모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생명경시의 풍조가 만연해있는 것입니다.
공릉천 레저명소화 사업이 그렇고, 원당천 생태학습장 조성사업이 그렇습니다. 한양골프장 증설사업, 도촌천 정비사업 등 최소한의 환경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계획조차 거론되지 말아야할 사업들이 친환경, 생태적이라는 가면을 뒤집어 쓴 채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임 시장이 시작한 사업일지만 수정, 마무리는 이제 우리, 여전히 고양시민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쉽지 않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곳에 올라온 우리 3명의 활동가들의 요구는 제발 국민과 소통해달라는 것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그 확실한 의사표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히려 4대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비가 오는 우기에는 부실공사 우려까지 있어 공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저희가 이포보에 올라와있는 동안에도 공사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통로를 만들어달라’는 우리의 목소리를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십시오. 지역에서, 전국 곳곳에서 마음을 모아 생명을 귀중히 여기는 일을 다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평수/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이 글을 박평수 위원장이 이포보에서 유선을 통해 보내왔습니다. 외부 기고는 본지의 논조와 항상 일치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