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축산농가 초토화될 것”
유완식 전국한우협회 고양 지부장 인터뷰
고양 한우·젖소 1만3000여마리 중 4분의 1 살처분
“자식 같은 소를 땅에 묻은 심정이야 어떻게 말로 할 수 있겠습니까. 억장이 무너지는….” 전국한우협회 유완식 고양시 지부장<사진>은 인터뷰 시작부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19일 파주시 산난면 농장에서 구제역 양성판정이 나오면서 500m거리 안의 농장을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했다. 유 지부장의 농장은 그 안에 포함돼 21일 240마리 모두를 땅에 묻었다.
유완식 지부장의 한우는 작년 11월 12회 한우 능력평가대회에서 번식상과 종합우승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고양시는 물론 경기북부에서는 첫 경사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한우를 키우기 위해 유 지부장은 혈통 개량과 사료먹이는 방법까지 전국을 돌며 전문가들을 만나고 도움을 얻기도 했다. 그렇게 자식처럼 키운 소들을 송아지 한 마리 남기지 않고 묻었다. 그러나 유 지부장은 자신의 아픔을 애써 감추며 고양시 전체 축산업계가 입은 타격에 더 가슴 아파했다.
“고양시는 그동안 구제역 청정지역이었는데 구제역 발병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구제역은 완전히 싹쓸이를 하고야 끝나는 질병이라 이대로 가면 행주한우와 고양시 축산농가가 초토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고양시에는 현재 300여 축산농가가 한우가 8000마리, 젖소가 5000마리를 사육해오고 있다고. 유 지부장은 어렵게 자리를 잡은 고양시 브랜드인 행주한우가 입게 될 타격과 함께 내년 학교급식 공급까지 우려했다. 축산농가들이 입게 될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농림식품부는 살처분 축산농가에 대해 소의 개월수를 계산해 보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농가에 대해 최고 1400만원 기준으로 6개월 정도 생활비도 보장된다. 그러나 이미 시세가 많이 떨어져 있어 실제 보상은 기대치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구제역 상황이 종식된 이후 빨라야 6개월, 늦으면 1년 후에야 입식이 가능하다.
“3차 검사결과까지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아야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6개월에서 1년까지는 소를 다시 키우기가 어렵다고 봐야죠. 또 소는 2년 정도 키워야 되는데 결국 3년 동안 축산농가들은 아무 수입 없이 투자만 해야 되는 거죠.”
안동에서 처음 구제역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소독에 신경을 쓰고, 농가들끼리의 교류도 삼가는 등 예방에 만전을 기했다며 유 지부장은 지금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일부 언론에서 축산농가들의 부주의를 탓하는 듯한 보도가 나오면서 농가들이 더 위축되고 있다고.
“바이러스 특성상 하루라도 빨리 살처분해야한다는 걸 다들 알죠. 저희 농장도 발병 안 된 소들을 묻은 거 아닙니까. 다들 안타깝지만 방역당국의 지시에 따라 살처분하고, 수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유 지부장은 조속한 상황 종료와 함께 구제역 때문에 한우를 멀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농식품부의 백신접종 결정에 대해서는 우려가 더 컸다. ‘청정국’ 지위를 잃게 되면 결국 중국산 등 저가 소고기의 수입을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한우산업 전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유 지부장은 “이번 일로 한우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인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제발 한우나 행주한우 취급점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전했다.
대표를 맡고 있기에 전체 고양시 축산농가까지 챙겨야하지만 너무나 엄청난 현실 앞에 망연자실해 있는 유완식 지부장. 그의 바람처럼 조속히 상황이 종료되고, 축산농가를 살리기 위한 시와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