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기업슈퍼 지역 상인 울린다
화정1단지 홈플러스 입점, 지역주민 단체 항의시위
2011-02-16 김진이 기자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지난해 11월 전통시장과 가족경영 형태의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대규모 유통업과 중소 유통업이 서로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상생의 길을 모색하자는 취지의 유통법과 상생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법안 통과 3개월이 지났음에도 대부분의 기초단체가 조례제정을 하지 못하였고 또 표준안의 형식적 규제로 실효성 있는 규제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날의 기자회견은 화정1단지 상가 건물 1층에 홈플러스가 입점 소식을 전해들은 인근 상인들이 시민단체와 이재준 의원 등에 도움을 요청해 전격 마련됐다. 화정1단지 김병기씨(럭키슈퍼 56세)는 “동네 슈퍼들은 한 사람이 하루에 17시간 정도 일한다. 요즘에는 경기가 너무 안 좋아 한사람 인건비도 제대로 빠지지 않는데 대형마트까지 들어오면 아마 50%정도 매출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근 상인들이 나서 천막 시위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대부분 영세한 상인들이라 나서는 일도 쉽지 않다. 서민들의 생계까지 대기업이 위협하는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김수길씨(4단지 슈퍼 72세) 역시 “사흘 전에 여기에 홈플러스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인근의 슈퍼, 과일, 정육점들은 다 문 닫아야 된다며 한숨만 쉬고 있다”며 “시가 나서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양시에는 현재 12개의 대형마트 이외에 20여개의 SSM마트가 들어서 있다. SSM마트는 12개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GS슈퍼 5개소, 킴스클럽마트 3개소, 롯데슈퍼 1개소 등이다. 이중 일산동구 장항동의 홈플러스는 인근 상인들이 경기도에 조정신청을 내어 심의가 진행중이기도 하다.
고양시는 오는 4월 시의회에 경기도 표준 조례안에 따라 SSM 관련 조례안을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표준 조례안은 ‘재래시장 인근 500m이내에 SSM마트의 등록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실제 문제가 되고 있는 주택가와 상가지역에서는 별다른 규제를 하기가 어렵다.
고양시 기업지원과 전문구 과장은 “SSM마트는 허가나 등록 사항이 아니라 요건을 갖추어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규제나 관련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준비 중인 조례에 대해 추가 규제조항을 넣어달라는 요구가 있지만 부천시가 그렇게 했다가 현재 경기도에 의해 재심청구가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성사동에서는 레미안 아파트 입주시기와 맞추어 홈플러스 성사점이 들어섰다. 당시 원당 재래시장과 인근 상인들이 반발했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규제가 불가능했다.
실제 부천시의회는 의원발의로 1월 ‘부천시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경기도는 이 조례가 상위법령에 위반된다며 시를 통해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시의회가 통과시킨 조례안은 ▲대규모 점포 개설을 할 때는 30일 이전에 개설계획서를 시장에게 제출토록 하고 ▲유통업 상생발전협의회와 별도로 등록심의위원회를 둬 등록심의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대규모 점포 개설등록에 따른 조건을 강화했다.
SSM과 지역 상인들간의 분쟁은 전국적인 현안이다. 광주광역시 시의회는 작년 11월 전국 최초로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 및 조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광주시는 조례안에서 대규모 점포를 개점하기 위한 절차로 광주시 슈퍼마켓협동조합 등의 사업개시 동의서를 첨부해 등록 심의를 받도록 규정했다. 대형 점포가 진출하려면 지역 중소상인들의 동의를 먼저 얻으라는 것이다. 또한 대규모 점포 등을 개설 또는 변경 등록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지역 등록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울산지역에서는 SSM진출을 준비 중이던 롯데마트가 지역 상인들과의 공조를 약속하기도 했다.
거대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지역 소상인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SSM문제는 비록 상위법과 표준조례안의 한계가 있더라도 담당부서와 지자체장의 의지가 필요한 부분이라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