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죽음들…16년 만의 귀향
금정굴 유족들 서울대병원 마지막 제례, 청아공원 유골안치
2011-09-27 남동진 기자
“오늘의 이 행사를 통해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역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995년 고양시 황룡산 금정굴에서 발굴된 이후 서울대병원에 보관되어 있던 금정굴 희생자의 유해들이 16년 만에 고양시로 돌아왔다.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제61주기 고양지역 민간인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전 위원회측은 9월 24일 오전 10시부터 서울대병원에서 고유제를 지내고 유해를 고양시로 운구했다. 이어 오후 1시부터 일산동구청 앞에서 ‘금정굴, 평화의 바람을 안고 돌아오다’라는 슬로건으로 위령제를 치르고 설문동에 위치한 청아공원에 임시로 유골을 안치시켰다.
매년 치르는 합동위령제전이지만 올해는 특히 희생자들의 유해를 고양시로 다시 모셔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지내는 마지막 제례에서 그동안 유골보관을 담당해왔던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교수는 “1995년 유골들을 발굴한 이후 서울대병원에 임시로 모신지 16년째이다. 올해 유골이 보관된 건물이 헐어질 예정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고양시로 다시 돌아가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오늘 일을 통해 유골들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를 희망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제례는 고양시민회 권명애 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이용덕 유족회 부회장의 고유문 낭독을 시작으로 유족회 및 시민단체 대표들과 고양시 관계자들이 차례로 절을 올리고 난 후 유해를 운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유족회의 총무를 맡고 있는 이경숙씨(64세)는 이번 위령제를 맞이하는 느낌이 남다르다. 유골 발굴현장에서 시아버지의 도장이 발견되고 납북된 줄 알았던 시아버지가 당시 고양경찰서의 주도에 의해 학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유족회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이씨. 그동안 법안청원운동, 1인 시위 등 안 해본 것이 없다는 이씨는 일단 임시로나마 청아공원으로 유골을 안치하게 되어 다행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명예회복은 되었지만 아직 국가배상과 위령사업, 재단설립에 관해서는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특히 미 발굴된 유골들이 상당수인데 하루속히 재단설립이 법으로 통과되어 발굴이 가능했으면 좋겠습니다.”
유족회의 최종 목적은 금정굴 주변을 역사평화공원으로 조성하고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 하지만 금정굴 조례안은 아직 시 의회에서 표류중이라 유족들은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는 상황. 이씨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가에 배상을 요구하고 평화공원을 조성해 달라는 게 돈 몇 푼 받자고 하는 게 아니에요.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고 인권과 평화의 중요성에 대한 교훈을 남기기 위함입니다. 꼭 좀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