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내 아이, 맞아도 알 길 없잖아요

경진학교, CCTV 설치하라는 요구 외면

2012-11-07     남동진 기자

 

▲ 결국 울음이 터졌다. 폭력교사 복직반대와 CCTV설치요구 외면에 절규하듯 항의하는 학부모들.

 

국립경진학교 장애아 폭행문제가 학교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결국 학부모들이 지난 2일부터 사태해결을 위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해당 학부모들은 CCTV설치를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교과부와 학교측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6일 현재 새로운 학교장의 부임으로 단식농성은 정리됐지만 사태해결 여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경진학교 P교사의 장애학생 폭행사건이 발단이 된 이번 사태는 지난달 18일 교과부 앞 시위를 통해 매스컴에 알려지게 됐다. 학부모들은 지난달 18일과 22일 교과부 고위관계자와의 두 차례 만남을 통해 장애학교 폭력문제의 근본적 대책을 요구했으며 지역구 국회의원인 유은혜 의원 또한 국감질의를 통해 이주호 교과부장관으로부터 “해당 사건을 직접 챙기겠다”는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그동안 장애학생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CCTV를 설치하는 것을 근본적인 대책으로 주장해왔다. 

면담 결과 교과부는 지난달 29일 김종관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의 전결을 통해 장애학생 체벌 등의 재발방지에 관한 내용의 공문을 경진학교로 내려 보냈다. 해당 공문에서는 장애학생 인권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한편 CCTV설치에 관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결과를 최대한 존중’할 것과 ‘관련 법령에 의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교실 내 CCTV설치를 적극 검토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교과부 관계자는 “해당 공문이 학교 측에 CCTV설치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해 사실상 설치문제를 학교측에 떠넘겼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일 경진학교 내 연수실에서 복직한 폭력교사 P씨의 수업할당문제와 CCTV설치문제를 논하기 위한 학부모 총회가 열렸다. 70여 명의 학부모들이 참석한 총회 현장은 한때 행정직원들의 물리적 난입시도와 함께 폭언·고성으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으며 이 와중에 몇몇 학부모들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총회는 배상은 학부모회장의 신변보호 요청으로 경찰들이 출동한 뒤에야 겨우 재개됐다.

학부모들은 학교측에 “몇 달동안 끌어온 CCTV 설치약속을 조속히 이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영숙 교장은 “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관련 법령에 따라 구성원들의 100% 동의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설치하고 싶지만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답변했지만 학부모들은 “관계법령 어디에도 100% 동의에 관한 내용은 없다. 교장의 의지만 있으면 되는 문제인데 계속 말을 바꾸며 회피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배상은 학부모회장은 “지적장애아들은 폭행을 당해도 부모들이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CCTV를 설치하자는 것”이라며 “어린이집에도 CCTV가 다 설치되어 있는데 왜 유독 특수학교만 안 된다는 것인가. 이는 앞으로도 폭력을 사용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반나절이 넘게 진행된 총회에서도 아무런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은 결국 사태해결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유은혜, 김태원, 심상정 국회의원을 비롯해 박윤희 시의장과 최창의 교육의원 등 지역의 주요인사들이 소식을 듣고 격려방문을 했으며 교과부 학교지원국장도 방문해 책임있는 해결을 약속했다. 그 결과 경진학교 이영숙 교장과 행정실 직원들을 동원해 몸싸움을 주도했던 행정실장은 각각 5일자로 인사조치 됐다. 현재 학부모들은 단식농성을 풀고 새로 부임한 우이구 신임교장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