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예상치 못한 '기적의 은메달'
홀트학교 하키팀,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출전해 파란 일으켜
학부모·교장 설득해 팀 급조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출전
예선서 일본에 승리 ‘눈물바다’
몇 년전 흥행가도를 달린 ‘국가대표’라는 영화가 있었다. 동계올림픽을 위해 급조된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벌이는 성공스토리는 많은 관객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이런 영화와 같은 현실이 지난 2월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에서 펼쳐졌다. 고양시 홀트학교 플로어하키 선수들이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의 준비로 은메달을 획득해 대회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급조된 ‘Korea-Holt’ 국가대표로
홀트학교 플로어하키팀인 Korea-Holt 팀(이하 홀트팀)은 작년 4월 3일에 창단했다. 틈틈이 취미활동으로 플로어하키를 해오던 홀트학생들이 갑작스럽게 팀을 꾸리게 된 것은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덕분이었다. 개최국인 한국에 배정된 2장의 본선티켓. 감독을 맡았던 이화원 체육담당교사는 “국제대회 출전이 학생들에게 값진 경험으로 남을 것 같아 학부모, 교장님을 설득해 팀을 급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함께하게 된 15명의 학생들. 2달간의 국내리그전 결과 강원도 ‘반비’팀에 이어 2위의 성적으로 본선진출권을 획득했다.
천신만고 끝에 올림픽 본선티켓을 따냈지만 급조된 팀이다 보니 전력은 많이 부족했다. 이왕 진출한 만큼 좋은 성적으로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던 이화원 감독은 겨울방학동안 합숙훈련까지 진행해가며 대회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홀트교사들로 구성된 코치 4명도 함께 했다. “다들 신혼이다, 연애중이다 해서 툴툴대기도 했지만 학생들을 위해 기꺼이 함께 했어요. 선수들도 훈련 내내 정말 열심히 했구요.”
드라마 같았던 한일전 대승
8개월 가량의 짧은 준비기간을 거쳐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홀트팀. 처음에는 연전연패를 거듭했다. 이미 플로어하키가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은 영미권 팀들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침울해 하는 학생들을 위해 감독 이하 코치진들은 스포츠마사지도 해줘가며 분위기 전환을 위해 노력했다고. 반전의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조편성 후 첫 번째 경기가 공교롭게도 한일전이었던 것이다.
“평창가기 전부터 선수들에게 한일전만큼은 꼭 이겨보자고 다짐했었어요. 사실 객관적인 전력은 훨씬 약했지만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더라구요.”
바람이 이뤄진 것일까. 경기 초반부터 한점, 두점 리드를 이어나간 홀트팀은 결국 조별 예선 첫 경기 한일전을 10:3 대승으로 일궈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선수부모들과 홀트학교 교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응원석은 어느새 눈물바다로 변해있었다. 꼴찌팀의 대반란. 그야말로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기적의 은메달로 자신감 상승
한일전 대승 이후 승승장구한 홀트팀은 결승전에서 일본팀에게 4:2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금메달 만큼 값졌던 은메달을 목에 건 15명의 홀트선수들. 하지만 당시 참가했던 학생들은 지금도 결승전패배를 아쉬워하고 있었다. 당시 주장을 맡은 최경재 학생(전공과2)은 “일본팀은 꼭 이기고 싶었는데 결승에서 져서 아쉽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평소 소심했던 학생들이 플로어하키 경기를 통해 표출했던 불타는 승부욕은 가족과 교사들도 놀랄 정도였다.
“자신감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또한 단체생활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배운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언론에서 수없이 조명된 주장 최경재 선수를 비롯해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담당했던 안성웅·이다니엘·정혜선 선수, 골키퍼를 맡으며 팀의 궂은일을 담당했던 이하늘 선수, 합숙훈련을 거치며 반항아에서 바른생활 사나이로 거듭났다는 김정훈·임동준 선수 등 15명 모두 이번 평창스페셜올림픽의 진정한 스타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