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뻘 군인들 고향 할머니 대하듯
30사단 의무대 의료봉사활동 화전동 몸 편찮은 어르신에 혈당 체크·물리치료·건강상담
2013-05-08 이옥석 시민기자
화전동 몸 편찮은 어르신에
혈당 체크·물리치료·건강상담
“나는 발이 시려서 양말을 못 벗어” “할머니, 수면 양말을 신으세요” “어르신들 덕분에 우리가 잘 살아요” “군인들이 지켜주니까 우리가 잘 살지, 이북이 전쟁한다고 저 난린데”
할머니 어깨를 주물러드리는 20대 초반의 병사와 70대 중반의 할머니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일, 화전동 경로정(회장 공광호)에 아침 일찍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인근에 위치한 제30기계화보병사단(이하 30사단) 의무대(소령 김중일) 군장병들이 의료봉사를 나온 것.
올해로 창설 58주년을 맞이하는 30사단 의무대에서 화전동 지역주민들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계획했고, 이날이 첫 봉사활동을 하는 날이었다. 130여 명의 병사를 대표해 장근희·이재익·여우솔 상병과 신재희·임도혁·이정훈·홍지현·김현 일병 그리고 최광선 간호장교(대위), 윤강원 응급구조사, 강명화 상사가 의료봉사를 자원했다.
김중일 소령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교 다니다가 입대한 병사들에게 봉사활동 기회를 부여할 수 있고, 어르신들을 만나는 시간을 통해 인성도 기르고, 지역 주민들과 군부대가 소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봉사활동 나온 병사들은 혈압을 재고, 물리치료를 하고, 당뇨를 체크했다.
디스크가 있는 어르신의 허리와 다리를 안마하고, 허리가 굽은 작은 체구의 할머니 발을 꼭꼭 주무르며 정다운 대화를 나눴다. 간호장교는 “표고버섯 우린 물에 계란찜을 해서 드시면 더욱 좋다”며 금연상담과 건강상담을 했다.
안마해주는 가족이 있느냐고 물으니 “나이 마흔인 아들이 있는데 무슨 안마를 해줘”라며 할머니는 “너무 시원해서 좋다”고 말한다. 경로정에 들러 당뇨체크를 한 할머니께서는 “지난 달 당뇨검사 수치가 너무 높다고 해서 걱정하며 왔는데 지금은 걱정할 수치는 아니다”며 편안하게 웃으며 돌아갔다.
강명화 상사는 “의료봉사를 나온 병사들은 대부분 간호학과, 치기공학과, 물리치료학과, 방사선과 등을 전공하고 있어서 기초의학 지식은 다 배운 상태”라며 “배운 것을 지역주민들에게 환원하는 의미도 있고, 어머니나 할머니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는 시간이 되기도 해서 병사들에게도 좋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 덕은동에 있는 ‘씨뿌리는 교회’(목사 강공희)는 점심봉사 활동을 펼쳤다. 강공희 목사는 “매월 3번씩 이 지역 경로정 3곳에 점심대접을 한다”며 “오늘 의료봉사를 하는 군장병들에게도 점심을 대접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지역이 낙후되어 있어서 주민들이 늘 상대적인 빈곤감을 느낀다는 화전동(동장 강득모)에서 이날 봉사로 따뜻한 사랑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강득모 동장은 “따뜻한 나눔이 온 주민들에게 바이러스처럼 퍼져서 화전동이 한층 밝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