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소리를 뚫는 목소리 내고 싶었어요”

고양시 유일의 ‘송서 삼설기’ 기능보유자 신월숙 명창

2013-08-28     이옥석 시민기자

김현규·묵계월 선생에게서 배워
2004년에 경기12좌창 이수
“송서 삼설기 널리 보급 희망” 
 

▲ 동관 선생에게 배우던 시절 교육관 문을 열고 닫을 정도로 성실히 소리에 매진했던 신월숙 명창은 ‘송서 삼설기’를 요즘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일을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한의사이셨던 외할아버님이 처음 시조를 가르쳐주셨다”는 신월숙 경기소리 명창(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이수자). 언니는 소리배우기를 썩 좋아하지 않았지만 초등학교 3학년인 어린 신월숙은 생전 처음 접하는 시조가 좋았다고 한다. 호인이었던 외할아버지도 가르쳐 주는 대로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따라하는 손녀딸이 예뻤을 것이다.

그후 신월숙 명창은 1989년 12월 고인이 된 동관 김현규 선생을 처음 만나게 됐다. “동관 선생님은 12좌창과 선소리 산타령, 송포호미걸이 두레소리를 두루두루 잘하셨는데, 전 풍물보다는 소리가 좋았어요.” 그래서 동관 선생으로부터 12좌창을 과외로 배울 수 있었던 신 명창은 “12좌창을 전공하고 싶어하자 묵계월 선생님께 보내주셨다”고 한다. 묵계월 선생에게 가기 전에 이은주 선생으로부터 긴 아리랑, 정선아리랑, 이별가를 3년간 배운 후에 신 명창은 묵계월 선생으로부터 사사 받았다. 신 명창은 12좌창을 계속하면서 소리를 다듬게 됐고 2004년 전수, 이수를 받은 후 계속 활동을 하게 됐다.

신 명창은 “준인간문화재(준보유자)나 인간문화재(보유자)가 되지 않으면 활동에 많은 한계가 있다”며, “이수자는 이수자일 뿐”이라고 한다. 고양시에는 경기12좌창 이수자가 10명 이상으로 전국에서 제일 많다. 이수를 받은 2004년부터 신 명창은 그 후 송서율창(誦書律唱)으로 방향을 돌렸다. ‘송서’는 산문으로 된 문장을 암송하여 읊는 것이고, 율창은 한시를 음율에 맞추어 읊는 것이다.

2010년 12월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송서 삼설기’ 발표회를 개최했을 때, 큰 스승인 묵계월(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명예보유자) 명창과 유창(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율창 보유자) 명창이 특별 출연해 열창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송서율창을 완창한 사람은 유창 선생과 박윤정씨 그리고 신월숙 명창뿐이라고 한다.

신 명창은 “2011년 초중고 학생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송서 삼설기 교육을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요즈음 아이들이 부담스러운 가사의 유행가만 듣는데 유생들 옷 입고 송서를 해보니 정서적으로 너무 좋다’는 학부모들의 말을 신월숙 명창은 잊을 수 없다. 소리문화재가 없는 고양시, 경박한 문화가 전부인줄 알고 있는 청소년들, 그리고 보존하고 지켜야 하는 우아한 우리의 문화. 이것이 신 명창이 송서 삼설기를 붙들고 교육하고 보존해야 하는 이유다.

종로 단성사 옆에 있는 건물에서 동관 선생에게 배울 때 교육관 문을 열고 닫은 것이 신 명창이었다. “처음 소리 공부를 시작했을 때 학원생들 소리에 묻혀서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어떻게 하냐고 선생님께 여쭤보니 ‘늦게 시작했으니 하루에 10시간씩 하면 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신 명창은 그렇게 했다. 제일 먼저 가서 학원 문 열고, 다 끝나도 밤 10시까지 연습했다. 오죽하면 건물 경비 서는 분이 일찍 가자고 조를 때도 있었단다.

주말이면 북한산에 가서 연습했다. 산에서 소리를 하면 공기가 좋기 때문에 하루 종일 소리를 연습해도 목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습하고 내려오면 허벅지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 거예요. 장단 맞춘다고 손바닥으로 쳐서 그렇게 된 거죠.”

“폭포에서 소리를 해도 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는 것을 ‘폭포를 뚫는다’고 해요. 득음의 경지에 이르는 거죠.” 이 경지에 이르기까지 쉼도 없이 소리에 매달린 신월숙 명창. 그녀는 희소성 있는 전통문화예술 ‘송서 삼설기’를 널리 보급하고 싶다고 한다. 귓가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독서의 계절. 창호지 바른 사랑방에 앉아 그윽하게 송서율창으로 한 시 한자락 읊어보고 싶다.

이옥석 시민기자 los10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