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이여, 이제 억울함 내려놓으소서
제15회 최영 장군 위령굿 거행, 향토문화제 지정후 처음 열려
제 15회 최영 장군 위령굿이 지난달 29일 오전 10시부터 통일로 필리핀참전비 앞에서 거행됐다. 이번 위령굿은 지난해 12월 6일 고양시 향토문화제 제61호로 지정된 후로 처음 치러진 것.
하지만 최영 장군 무덤이 있는 대자동의 대자골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장군을 영신으로 모시고 도당굿과 대동굿을 해왔다. 고양시 차원에서 전통문화의 의미를 더해서 행해진 것은 1992년부터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정자 만신이 회장으로 있는 최영장군 위령굿 보존회와 고양시가 주관이 되고 고양문화원과 경신연합회가 후원해 위령굿을 실시해오고 있다. 이날 대자산의 신을 포함해 고양시 일원의 산신들을 불러모아 지역과 시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도당맞이, 불사맞이, 대신거리 등이 이어졌다. 또한 장군거리를 하며 작두를 타고, 장군 옷을 입고 최영장군과 관계된 여러 행위로 장군의 괴로움과 억울함을 풀어냈다.
작두를 타기 전에 만신이 지나가는 길을 의미하는 긴 헝겊이 마련됐다. 지정자 만신은 관람객들에게 이 헝겊을 조금씩 잘라주며 “이 천을 잘라 베갯속에 넣거나 몸에 보관하면 질병이 낫고, 운수가 좋아진다”고 한다. 각자의 바람들이 있어서인지 헝겊은 금새 동이 났다.
특이하게도 이 날 지정자 만신은 예쁜 공주옷을 꺼내와 입는 시늉을 하고 몹시 배가 고팠는지 제단에 준비됐던 과일과 나물과 밥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이들이 경악할 정도였다. 정동일씨는 “굿을 시작한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단종의 누나 경혜공주의 넋이 들어왔다”며 “굶어죽어서 몹시 배가 고파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경혜공주는 동생인 단종이 억울하게 죽고, 남편인 영양위 정종도 단종복위와 관련되어 능지처참형을 받아 죽은 후 우여곡절의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이어서 하재용 박수가 등장하여 통돼지 재물과 소머리를 칼 끝에 세우며 신령스러운 굿판을 이어갔다. 그리고 대감놀이와 창부걸이, 뒷전거리를 하며 위령굿은 마무리됐다.
종일 이어진 굿판에서 300여 명의 시민들은 둘러앉아 위령굿을 지켜보며 만신의 사설을 듣고 함께 가슴 아파하며, 선뜻 노잣돈을 내놓기도 했다. 창부거리에서는 관람객들에게 깃대뽑기를 하도록 하며 관람객들의 운수를 봐주고, 근심걱정을 풀어주기도 하고, 위로해주기도 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마을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힐링’을 체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