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지핀 마을공동체 사업 ‘활활’
덕양중, 화전동 공동체 구심점, 무관심하던 학부모, 점차 변화, 항공대·30사단도 ‘돌봄’에 참여
폐교위기에서 시작한 덕양중학교의 혁신학교 도전이 어느새 5년째를 맡고 있다. 이제 덕양중학교는 혁신교육뿐만 아니라 학부모,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공동체를 준비하고 있다.화전마을 교육공동체 프로젝트(가칭)로 명명된 이 사업은 지난 8일 최성 시장 등이 참석한 화전동 현장민원자리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혁신학교가 마을공동체사업을 주도하는 첫 사례가 될 지 주목된다.
육군 기계화보병사단과 항공대학교가 위치한 화전동은 오래 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규제를 받아왔으며 지금도 여러 규제를 받고 있다. 주변에는 병의원이나 약국조차 없다. 1970년대에 멈춰버린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떠나고 노인들과 저소득층 가정들만이 쓸쓸히 남아있던 이곳에 몇 년 전부터 지역공동체의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어느덧 혁신교육의 중심지로 거듭난 덕양중학교가 있었다.
‘학교 안의 학교’ 학부모아카데미
“지난 몇 년간 혁신교육을 통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학교문화를 정착하는데 성공했어요. 학생들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이제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법을 깨우치게 됐죠. 이제는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키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작년 덕양중학교에 부임한 이준원 교장은 취임 직후부터 학부모교실을 적극 추진했다. 학생들의 근본적인 삶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서는 행복한 가정이 선행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가정은 ‘학교 이전의 학교’라는 것이 이 교장의 평소 지론이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7명 남짓의 학부모만이 첫 모임에 참석했다. 생업에 바쁜데다가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탓이었다. 하지만 학교와 학부모회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참석인원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준원 교장은 매주 목요일 저녁시간을 비워가며 사춘기 지도방법, 부모의 분노조절, 부모 내면의 트라우마 치유, 참된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등 다양한 주제의 학부모교육을 진행했다. 학부모들의 태도도 바뀌기 시작했다. 학교에만 맡겨두던 자녀교육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 김경애 학교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은 “처음에는 수동적이었던 학부모모임도 활성화되고 학교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며 “작년 킨텍스에서 열린 좋은 학교 박람회에서도 학부모들이 직접 부스를 운영했을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공동체
지난 몇 년간 덕양중학교의 혁신교육은 큰 성과를 거뒀지만 주변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상당수 가정들은 궁핍에 시달린 탓에 학교를 마친 아이들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방치된 이들이 갈만한 곳은 인근 PC방 정도가 전부였다. 한 아버지는 지방으로 일을 나가면서 두 아이를 당구장에 맡기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이준원 교장은 학부모모임을 기반으로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교육공동체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미 씨드스쿨과 항공대학교의 멘토링사업, 30사단의 방과 후 악기수업 등이 진행되는 만큼 이러한 인적자원들을 네트워킹한다는 계획이다. 화전동 현장민원자리에서 최성 시장은 이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화전에 거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흰돌복지관이나 화전교회, 덕양보건소, 주민자치위원회 등 다양한 기관들이 모여 돌봄공동체를 구성하는 겁니다.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통해 저녁시간까지 학생들을 책임지고 인근 빈 공간을 활용해 마을까페나 청소년 놀이공간으로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덕양중학교는 장기적으로는 올해 혁신학교로 지정된 덕은초와 인근 서정초, 신능중과 함께 화전지역을 혁신교육벨트화 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학부모 주도 마을조사사업 실시
올해 신입생 가운데 덕양중학교의 학군인 덕은초, 은평 용두초 학생의 비율은 약 30%정도. 나머지 70%는 모두 서울 및 일산신도시에서 건너온 학생들이다. 학교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경애씨도 덕양중 입학을 위해 2년 전 화전동으로 이사를 온 케이스. 김 부위원장은 이사 온 후부터 학교 중심의 지역공동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이야기한다.
“처음 왔을 때 동네가 많이 침체된 분위기였죠.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도 그렇고 생활형편이 어렵다보니 결핍이 심했어요. 우선 학부모모임을 시작하면서 자발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김 부위원장과 학부모들은 올해부터 ‘소통이 있어 행복한 덕양중 학부모회’를 결성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준비하는 것이 바로 ‘다함께 돌자 동네 한바퀴’라는 이름의 마을자원조사사업이다. 화전동, 덕은동, 안동네, 벌말지역을 대상으로 어떤 공간이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함이다. 김 부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이사온 뒤 바지수선소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헤맨 적이 있다. 각종 수선집이나 까페, 맛집 등 이주민을 위한 일종의 생활지도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사업취지를 설명했다.
덕양중 학부모회는 이외에도 학교 내 협동조합형 매점설치, 마을배움터, 연령대 별 필요(need) 여론조사 등을 기획하고 있다. 김경애 부위원장은 이러한 공동체사업에 있어 주민들의 자발성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지원받기를 기다리기보다 주민들이 먼저 만들고 제안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 같아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동네도 꾸미고 서로의 선생님도 되어주는 그런 화전마을공동체가 됐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