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가 말하는 藥 이야기] 쓴약은 꿀·우유보다는 설탕에 타서

2014-02-20     김유신 약사/밸런스 약국

 

아이들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방어력이 약해서 여러가지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큽니다. 그런만큼, 치료를 위해 약을 먹여야 하는 일도 잦아지지요.

아이들에게 쓴맛이 나는 약을 먹이려면 약먹기를 거부하거나 즉시 토하기 일쑤입니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약을 먹이는 일이 거의 전쟁을 치르는 수준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곤 하지요.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콩팥이나 간의 약물대사 능력이 낮아서 적은 양의 약물로도 쉽게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심히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약을 어떻게 먹이면 좋을 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은 대개 알약을 삼키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루약이나 물약을 먹이게 됩니다. 가루약은 소량의 물에 개어 입안에 발라주고 물이나 주스를 먹이거나, 같이 처방된 시럽제에 섞어서 먹이면 되는데, 이때 약가루가 위로 뜨지 않도록 잘 섞는 것이 좋습니다. 물약은 건조시럽을 액제로 조제한 것도 있고, 맑은 시럽제도 있고, 현탁액제도 있습니다. 요즘 많이 처방하는 건조시럽제와 현탁액제는 용량을 재기 전에 잘 흔들어 섞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흔들어서 거품이 생겨버리면 용량을 재기 어려워지므로 주의해야겠지요. 간혹 달착지근한 시럽을 아이가 마음대로 한병을 다 마셔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보관에도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정제나 캅셀제는 물을 미리 머금게 하고 있다가 먹이는 것이 좋지만 되도록이면 먹이지 않는 것이 좋고, 만 3세이하의 아이는 절대로 알약은 먹이지 마십시요. 삼키다가 식도에 붙어서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고 기도를 막아 버리는 등의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가루약이 써서 잘 안먹으려고 한다면, 설탕을 좀 더 섞어서 먹이세요. 설탕 자체가 몸에 별로 좋지는 않지만, 약효를 변하게 하지는 않으므로 약 먹일때만 조금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꿀이나 과일 주스는 약효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알러지를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유 속의 단백질이나 유지방과 약성분이 서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므로 우유와 함께 먹이지 말아야 합니다. 분유나 우유 혹은 다량의 음료와는 같이 섞어 먹이지는 마시십시요. 약을 섞은 분유를 다 먹지 않고 남길 수도 있고 분유맛이 변했다고 느낀 아기가 아예 분유자체를 거부해 버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약을 토했다면 즉시 다시 먹입니다. 약을 먹인 직후에 토해버렸다면, 몸속으로 흡수된 약은 거의 없다고 생각되므로 1회분의 양을 다시 즉시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토한 직후에는 뇌의 구토중추가 피로해져서 구토능력을 상실하는데, 조금 지나서 구토중추의 능력이 회복되면 다시 토하게 되므로 토하자마자 즉시 다시 약을 먹여서 약을 다시 토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은 여러 번에 나누어 먹이지 말고 한번에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시럽제가 두 가지 이상 처방되는 경우에 한 가지씩 따로 먹이지 말고 1회분 용량을 섞어 먹이세요. 두 가지 이상의 시럽제를 한꺼번에 섞어 보관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복용시점에 같이 섞어서 복용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가루약도 같이 섞어 먹여도 괜찮습니다.

가루약은 가루가 물위에 뜨지 않도록 완전히 개어서 먹여야 합니다. 가루가 위에 떠 있는 채로 먹이면 폐로 흩어져 들어가 기침을 일으키고, 구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의사나 약사에게 아이에 대한 많은 정보를 주도록 합니다. 이해가 안된다면 의사나 약사에게 가능한한 많은 설명을 해달라고 하시고, 아이에 대한 많은 정보를 주어 아이에게 적합한 약먹이는 방법을 찾으세요.

한가지 약물을 복용하는 동안 임의로 다른 약을 함께 복용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현재 복용하는 약물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의사 약사에게 제시하고 다른 약이 필요하다면, 함께 먹일 것인지, 먼저 복용하던 약을 중단하고 새로 처방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해야합니다.

어렸을 때 쓰고 먹기 싫은 약을 삼키면서 ‘왜 먹기 좋은 약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한번쯤은 다들 생각하셨을 겁니다. 요즘은 향료나 감미료가 발달하여 예전보다는 훨씬 약의 맛이 향상되긴 했지만, 약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근본적으로 그 쓴맛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좀더 좋은 치료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약을 먹어야하는 이유를 잘 설명하시고 설득하셔서 약을 잘 먹게하시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김유신 약사/밸런스 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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