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대보름달을 기다리며 소원지에 소원을 써서 달집에 매달아 놓은 후 보름달에게 소원을 빌었다. 보름달이 떠오르자 달집에 불이 타오르며 소원도 함께 타올랐다.
11년 지켜온 세시풍속달 벗삼아 농악 울려지난 14일은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인 정월대보름. 이날 저녁이면 농촌 마을에서 주민들이 작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먼 산 너머 달이 뜨는 것을 먼저 보려고 두리번거린다. 보름달을 제일 먼저 보면 한 해 운수가 좋다는 믿음 때문이다. 누군가 “달 떴다!”고 외치면 각자 들고 있던 ‘달맞이’를 모닥불에 태운다. 훨훨 타는 달집에 달맞이를 태우면서 각자의 대수대명을 빈다. 자신을 상징하는 달집과 함께 액운이 타버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둑해진 가운데 붉은 불이 훨훨 타오르는 모습은 동네 아이들에게 장난을 동하게 한다. 나이 수대로 훨훨 타는 불을 뛰어 넘으면서 또 한 번 액을 태우기도 하고 용기를 시험하기도 한다. 일산서구 장산마을 양재문씨는 “짚으로 큰대(大)자 모양의 허수아비를 만들어서 달이 뜨는 동쪽에 버리거나 달집과 함께 태웠다”고 말했다. 일산동구 성석동 진밭마을에서는 올해로 11회째 맞는 ‘정월대보름 달맞이 축제’가 열렸다. 이 축제는 고양문화원(원장 방규동)이 주최하고 고양시 향토문화재 제42호인 성석농악 진밭두레보존회(회장 김재식)가 주관했다. 방규동 고양문화원장은 “100만 행복도시의 한 켠에서 이렇게 옛 풍습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것이 경이롭고 다행스럽다”며 “이 행사를 통해 우리 풍습에 흠뻑 젖어 희망찬 새해를 출발하는 계기를 만들자”고 말했다. 진밭마을의 ‘정월대보름 달맞이 축제’는 11년째 이어오면서 한 결 같이 마을 청년들, 부녀들, 원로 어른들이 함께 만들어왔다. 이날 역시 일주일 전부터 마을 청년회에서 커다란 달집을 만들었고, 행사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논바닥에 왕겨와 마대 등을 깔았다. 한겨울 추위가 지나 논이 녹으면서 미끌거리고 푹푹 빠지기 때문이다. 부녀회와 청년들은 각종 음식을 마련했고, 마을 어른들은 손님들에게 나눠줄 달맞이를 만들기도 했다.길놀이와 농사놀이 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장에는 평일임에도 대낮인 오후 2시 반부터 어린 자녀들에게 전통행사를 보여주려는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이 많이 찾았다. 진밭두레보존회에서 농사놀이 공연을 하고, 경기민요·엿장수공연 등으로 흥을 돋우는 동안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논바닥을 태우며 불깡통 돌리기를 했다. 화정동에서 온 천성현(화수초 4) 학생은 “불깡통 돌리는 거랑 불놀이 하는 게 진짜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뽀얀 연기 속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그러한 모습은 김재식 회장의 “정월 대보름놀이와 같은 문화축제를 통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잊혀져가는 농촌 세시풍속을 익히게 하고 정서를 함양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리라고 확신한다”는 말 그대로였다. 어스름이 질 때 둥그런 달이 뜨고 드디어 거대한 달집에 불을 붙였다. 달집에 달려있던 소원을 적은 종이도 호르르 불이 붙어 하늘로 올라갔다. 진밭두레보존회의 흥겨운 풍물 소리와 활활 타오르는 달집, 휘엉청 둥근 달과 소원을 비는 수 백 명의 사람들이 어우러진 멋진 정월대보름놀이는 그렇게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