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오픈

로컬푸드는 농민과 소비자의 희망입니다

2014-05-21     이옥석 시민기자

일산농협 풍산지점에 준비중인 로컬푸드 직매장이 12일 임시 오픈했다. “100만 고양시 인구 중에 2%인 2만여 명이 농업을 하고 있습니다. 100만 명 중 2%는 적은 수이겠지만 지방 소도시에서 2만 명이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만 명의 고양시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은 고양시 안에서 얼마든지 소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3일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는 일산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을 둘러보며 조홍구 일산농협 조합장은 로컬푸드에 대한 강한 확신을 표현했다. 운영 책임자 정광화 과장은 “매장 전체에 페인트칠 등을 전혀 하지 않았고, 편백나무로 만든 진열대도 전혀 칠하지 않았다”고 한다. 친환경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편백나무 그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7시 이후 모든 물건이 회수되고 난 이후 직매장은 은은한 편백나무 향이 가득해진다.  

▲ 조홍구 조합장(왼쪽)은 “많은 농업인과 소비자가 직매장을 찾을 수 있도록 운영해 사랑받는 직매장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했다. 직매장에서 생산자 조행자 오재근씨와 함께

100여 평의 일산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친환경 코너와 관행농법 코너로 크게 구분했고, 채소와 건나물, 화훼와 공산품, 특산품, 가공식품, 곡류 등으로 세분화해 진열했다. 또한 고양시의 특성을 더욱 살리고자 고양시에서 생산되는 공예품도 전시·판매하고 있다.  고양시를 대표하는 압화제품 코너와 고양시장애인협회에서 만든 천연비누, 산양유비누, 고양시니어클럽에서 만드는 참기름, 들기름, 깨, 과자 그리고 홀트에서 재배하는 콩나물 등도 매장에 진열되어 있다. 로컬푸드직매장에서는 생산단체와 소비자를 연결해 체험할 수 있는 역할도 하고 있다.    
매장에는 16대의 CCTV가 사각지대 없이 설치되어 있어 매장 곳곳을 확인할 수 있다. 농민들은 스마트폰으로 물건의 재고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부족할 경우 바로 물량을 더 가져올 수 있다.   농민들은 오전 6시30분부터 소포장 실에서 각자의 물품들을 소포장하고, 농산물의 특성을 홍보하는 전단지도 스스로 준비하여 물품 있는 곳에 전시한다. 가격도 스스로 정한다. 임시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산농협에서 로컬푸드 교육을 이수한 200여 농가 중에서 80여 농가가 100여 가지의 품목을 갖고 나오고 있다. 조홍구 조합장은 “지금 농지에서 자라고 있는 농산물을 수확할 때 쯤 되면 더욱 많은 품목이 나올 것”이라며 “생산 농민들도 ‘어떤 품목이 잘 팔릴까’ 고민하며 재배 품목을 연구하고 있고, 로컬매장에 내는 품목 제한이 없기 때문에 농업인이 어떤 농산물을 당일에 가지고 나올지 농협에서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산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임시 오픈한지 몇 일 되지 않았지만 하루 평균 500여 명의 고객이 입장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첫날 물품들이 진열대에 오를 때 걱정 많이 했다”는 정광화 과장은 팔리지 않아 반품하게 되었을 때 실망할 농민들 얼굴 볼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소비자들도 로컬푸드를 알고 계셨어요. 신선하다는 소문이 났는지 ‘누가 가보래서 왔어요’라며 오시는 고객들이 꽤 많다”고 한다.
로컬푸드 원칙대로 당일 아침 농민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농민이 진열하고 당일 판매되지 않는 것은 직접 회수하고 있다. 아무런 중간 유통과정이 없기 때문에 너무나 깨끗하고 신선하다. 풍동에 살고 있는 김순자씨는 “이 지역에는 대형 유통매장이 없어서 이런 마트를 기다렸다”며 “가격도 좋은데 게다가 굉장히 깨끗해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 일산농협로컬푸드직매장 인근은 밭과 논도 어우러져 있다.(위) 일산농협은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지역농산물을 직매장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 할 수 있도록 최적의 시스템을 갖췄다. 풍동 직매장에는 언제나 신선한 농산물과 고객들로 붐빈다.(아래)

매장을 둘러보는데 “홍고추 없나요?”라고 고객이 묻는다. “제 철에 생산되는 것만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없습니다”라고 답하는 정 과장은 “소규모의 농업인에 대해 하우스 설치 등의 보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제 철이 아닐 경우라도 하우스 재배를 통해 홍고추 등 더욱 다양한 농산물이 직매장에서 판매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어려움에 처한 농업이 6차 산업으로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함이 강조되고 있지만 식품위생법의 제약으로 가공품 생산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가공공장을 세우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 과장은 “완주시에서는 시조례를 통과시켜 가공공장을 완주시 자체에서 크게 만들었고, 농민들 각자가 농사지은 것을 이곳에서 가공·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며 “고양시 농민과 생산자에게도 이러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의 성공여부는 소비자와의 신뢰구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홍구 조합장은 “더 많은 농업인이 더 다양한 농산물을 직매장에 내놓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소비자가 직매장을 찾을 수 있도록 운영하여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직매장을 만들어 가고 싶다”며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출하자 교육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에 있는 작은 소매상에도 ‘농산물 직거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농민과 소비자 모두 직거래의 좋은 점을 알고 있고, 이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조홍구 조합장은 “직거래를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직거래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단점은 농협을 통해 줄여나간다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꿈꾸는 직거래를 현실에서 이루어 낼 수 있다. 지금 그 첫발을 내딛었다.”고 말했다.
23일 오픈을 앞두고 있는 일산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농업인들은 이 새로운 유통 방식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 조홍구 조합장은 “농사를 진심으로 열심히 지으시는 분들이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웃을 수 있길 바란다”며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해 보시고 맛과 영양이 얼마나 다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농업인과 소비자가 모두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농협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