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왕 영혼 위로… “왕릉 정비 필요”
고려 마지막 왕 위한 ‘고릉제’
고려 마지막 왕 위한 ‘고릉제’
끊긴 제사 이은만씨 등 이어
곡장도 정자각도 없어 초라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의 능이 고양에 있는 줄 아는 시민이 그리 많지 않다. 45세 때에 고려의 마지막 왕이 되었다가 1392년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면서 고려가 멸망하면서, 그는 폐위되어 ‘공양군’으로 강등됐다. 1394년 삼척부(三陟府)에서 살해되었으며, 고양시 원당동에 ‘고릉(高陵)’을 썼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고려의 마지막 왕이고, 능이지만 2000년부터 고양시의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공양왕에 대한 제사를 매년 지내오고 있다.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고려였던 만큼 지난달 25일 열린 공양왕 고릉제 봉행 전에 ‘영산재’를 시연해 능제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특별한 볼거리 제공해왔다.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에 등재된 ‘영산재’는 김영렬 박사가 ‘깨달음의 최고 설법’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수행의 과정을 춤이라는 몸동작으로 표현한 우아하고 장엄한 육신공양의 예술이다. 인천시문화재 범패작법보존회(세인스님외 8명)와 송포호미걸이 보존회(회장 조경희), 김수영(호적)씨 등 20여 명이 참여해 공연했다.
이번 고릉제 초헌관에는 황교선 전 고양시장, 아헌관에는 박정구 고양예총회장, 종헌관에는 연천군의회 왕규식 의원이 맡았으며, 공양왕릉 제전위원 선호술씨가 대축관을 했다.
최경순 공양왕고릉제봉행위원회장은 “공양왕의 딸이었던 정신공주가 부왕의 릉이 있는 이곳을 지키고자 세종에게 노비를 달라고 요청해 제례를 지내기 시작한 이래 조선말까지 공양왕에 대한 제례를 이어나갔다가 대한민국 건국 후 끊긴 것을 이은만 전 고양문화원장과 뜻있는 이들의 노력을 통해 2000년 이후 다시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역사적 정통성뿐만 아니라 전통을 널리 알려 교육과 관광에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도 공양왕의 고릉과 제례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안재성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장은 “왕릉임에도 불구하고 사대부가의 묘역이 잠식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곡장이 아니라 왕릉이라는 구역만 알아볼 수 있도록 나무로 만든 테두리를 만들어 놓은 것도 그렇고, 1970년 사적 191호로 지정된 이래 지금까지 정자각도 없이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방치하는 것은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라며 “고양시에 유일한 고려왕조의 왕릉을 왕릉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6·25동란 때 총알에 맞아 떨어져나간 비석을 인근 개천에서 찾아다가 “어머니가 장독 깨지면 시멘트로 붙이는 걸 보고 삼송리에 있는 미군부대에서 세멘트를 얻어다가 붙였다”고 한다.
이 전 원장은 “왕릉으로서의 위용을 갖추려면 정자각을 신축을 해야 하고, 공양왕의 죽음에 대해 슬픈 전설을 담고 있는 능 앞의 연못도 제대로 꾸며서 민초들의 입을 통해 전해져온 이야기도 문화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