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못해준 게 미안했는데…”

다문화가정 합동전통혼례식

2014-10-29     이옥석 시민기자
지난 25일 고양문화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다문화가정을 위한 합동 전통혼례에서 신랑·신부가 맞절을 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합동전통혼례식
고양문화원서 5쌍 백년가약

올 가을 들어 최고로 좋은 날씨였던 지난달 25일 고양문화원 야외공연장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합동 전통혼례가 실시됐다. 천칭(박찬우), 크리스티나 미나(윤필중), 카리스마 캠포스(나채윤), 관춘화(김성용), 전정애(김휘규) 등 5쌍의 다문화 부부가 전통혼례의 주인공이었다.

야외공연장 한 가운데에 5개의 혼례청이 차려졌고, 그 주위로 5곳에 폐백상을 마련했다. 신랑은 교자를 타고 오고, 신부는 가마를 타고 혼례청으로 들어와 전통혼례 의식대로 서로 절하는 교배례와 신랑신부가 하늘과 땅에 서약하는 의식인 서천지례와 신랑신부가 배우자에게 결혼서약을 하는 서배우례, 원래 하나였던 표주박 술잔에 술을 나누어 마시고 그 술잔이 다시 하나됨을 상징하는 합근배례 등을 한 후 성혼이 선포됐다.
방규동 문화원장은 “아들딸 구별 말고 12명씩 낳으라”는 덕담을 하며 “부모 형제를 떠나 낯설고 물 설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이번 전통혼례를 통해 새로운 각오로 새 출발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에 전통혼례를 치른 크리스티나(필리핀)는 “이렇게 하는 거 하나도 힘들지 않고 행복하다”며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남편 윤필중씨는 “이제까지 결혼식을 못해준 게 미안하고 아쉬웠는데 이렇게 결혼식을 베풀어주셔서 감사하다”며 “말도 안 통하는 타국에서 열심히 살아준 크리스티나와 귀한 딸 솔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보살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랑과 신부는 전기밥솥(방규동), 구두티켓(안토니(주), 청소기(농협고양시지부), 쌀(농협) 등 선물도 한아름 받았다.

방규동 원장은 “올해로 사회단체보조금 지급이 끝나기 때문에 무료 전통혼례는 이번이 마지막이지만 2015년부터 고양시민 뿐만 아니라 인근 시도 및 전국민에게 전통혼례를 실비로 치를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혼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가마, 병풍, 의상 등을 준비해야 하는데 약 3000여 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방 원장은 “매주 고정된 요일에 혼례를 치른다면 고양시 전통문화행사로서 한류를 확산시키고, 고양시를 널리 알리며,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