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공급과잉, 시민불편 해결할 수 있어
고양시 택시부제도입 필요한가
과로방지, 시민서비스 향상
“개인업자 강제규제” 반발도
“한산한 날에는 택시가 많은데 비나 눈이 많이 오는 악천후 날씨에는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오히려 택시가 필요한데도 말이죠. 날짜별로도 달라요. 금·토에는 택시가 많은데 일·월에는 찾아보기 힘든 거 같기도 하고….”
행신동에 사는 양모씨는 평소 택시를 이용하면서 느낀 불편함에 대해 토로했다. 평소에는 택시이용에 불편함이 없지만 날씨가 안 좋거나 심야시간에는 택시 찾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일산에 사는 김모씨는 운전하면서 느낀 불만에 대해 이야기했다. “출퇴근시간에 중앙로를 지나면 몰려있는 택시 때문에 아수라장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줄서있는 택시도 많고 자리가 없어서 불법주정차 하는 차들도 종종 봐요.” 김씨는 “택시수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택시 공급과잉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작년 정부는 지자체별로 택시총량을 설정해 총량을 넘지 않도록 택시 대수를 제한하는 택시총량제 조사를 실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조사결과 고양시에서는 380여 대의 택시가 총량을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됐다. 전체 2846대 중 약 12%에 해당한다.
감차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일부에서는 택시부제도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택시부제를 통해 택시노동자들의 과로방지와 대시민서비스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도시 중 고양만 부제시행 X
‘택시부제’는 택시의 과잉 공급을 막고 택시 노동자들의 휴식을 보장코자 지자체별로 택시 영업에 의무 휴일을 지정한 제도다. 1973년 11월 제1차 오일쇼크 발생 당시 유류절감목적을 위해 최초 실시됐으며 이후 95년 7월 지정된 국토부장관 훈령(택시제도 운영기준에 관한 업무처리요령 제19조)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택시 차량 뒷번호나 ‘가나다’ 순을 기준으로 3~10조를 편성해 택시 기사들이 순번대로 휴식일을 맞이하는 방식으로 전국적으로 91개 시군에서 택시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현재 수원, 성남, 의정부, 안양, 부천 등 11개 지자체에서 택시부제를 운영 중이다<표 참조>. 도내 고양시와 비슷한 규모의 지자체 중에서는 용인시를 제외하고 대부분 택시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100만 이상 대도시 중에서 택시부제를 시행하지 않는 곳은 전국적으로 고양시밖에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고양시에서도 택시부제도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들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고양시 택시업체인 태현기업 원용석 위원장은 “법인택시의 경우 회사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하다보니 과로로 쓰러지는 기사들까지 생겨날 정도”라며 “시민들의 입장에서도 악천후에 택시가 없거나 특정 기간에 몰리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택시부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인, 법인 부제도입 입장 상충
택시부제가 시행될 경우 해당 택시는 순번에 따라 휴식일이 지정된다. 따라서 그동안 시민들의 필요에도 불구하고 택시가 부족했던 악천후 날씨에도 차량수가 일정 정도 유지되게 된다. 의무휴식일이 생김으로써 택시 공급과잉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특히 쉬는 날 없이 계속 운행해온 법인택시기사들의 경우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된다. 반면 휴일을 자유롭게 선택했던 개인택시기사들은 제약을 받게 된다.
때문에 택시부제를 둘러싼 개인택시와 법인택시의 이해관계는 서로 엇갈리고 있다. 법인택시를 운행하는 한 기사는 “현재 택시회사별로 기사수보다 택시차량수가 많기 때문에 사측에서 쉬는 날 없이 택시를 운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과로로 인해 쓰러지는 기사들도 부지기수”라며 택시부제 도입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개인택시측은 부제실시가 개인운송사업자에 대한 강제규제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개인택시기사는 “부제가 실시되면 강제로 쉬는 날이 정해지는데 가뜩이나 경기침체인 상황에서 생계가 더 힘들어진다”며 반대목소리를 전했다.
이처럼 개인택시 측의 완강한 반대 입장으로 인해 그동안 고양시 택시부제도입문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민선5기 당시 최성 시장이 잠시 검토하기도 했지만 이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시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꺼내기는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개인택시와 법인택시가 먼저 합의하기 전까지는 논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감차정책 앞두고 논의 수면 위
하지만 작년부터 정부의 택시 감차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일부 개인택시기사들 사이에서도 부제도입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양시가 발표한 감차규모는 총 380대. 현재 정부는 시세 9000만원이 넘는 개인택시 1대당 고작 1300만원의 감차예산을 지원하고 있어 나머지 감차비용 340억원 가량을 개인택시기사들이 나눠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차라리 택시부제를 도입해 감차규모를 줄이는 게 낫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나타나고 있다.
부제도입에 찬성입장을 밝힌 한 개인택시기사는 “어차피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쉬는데 정해진 휴일에 쉬는 게 크게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과로할 위험도 적고 택시가 몰리지 않아 매출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태경 한국노총 경기서북부지역본부 의장은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간의 입장차이도 중요하지만 공공적인 측면도 따져봐야 한다. 택시기사들의 처우도 개선하고 시민들의 불편함도 해소할 수 있도록 택시부제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