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작가展 엄순미
엄순미 作 ‘봉기씨’, 90 × 123cm, 광목·먹 혼합, 2015
2015-12-10 고양신문
엄순미 作 ‘봉기씨’, 90 × 123cm, 광목·먹 혼합, 2015
‘봉기씨’<그림>. 야릇하다. 첫 느낌이 그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음을 최초로 밝힌 배봉기 할머니라고는 짐작 못했다. 오히려 작품을 마주하기 전 제목만 보곤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왠지 죄스럽다.
엄순미 작가의 ‘봉기씨’는 일본 작가 가와다 후미코의 『빨간 기와집』이 모티프가 됐다. 빨간 기와집은 배봉기 할머니의 가슴 시린 증언에 저자의 치열한 취재를 바탕으로 엮어낸 책이다. 엄 작가는 이 책을 선물로 받았다. 헌데 선물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함께 선물을 받은 다른 작가들보다 한 달이나 뒤늦게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마냥 애틋했다. 책을 읽으면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오갔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목구비…. 엄 작가는 책을 읽고난 후의 감정은 이보다 더 ‘분열’된 것이었다며 표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래도 지난 7월 개인전에서 이 작품을 메인으로 걸만큼 애정이 간다고도 했다.
엄 작가는 ‘얼굴’에 관심이 많다. 사람을 좋아하니까 사람을 그리고, 그중 개개인의 마음이 드러나는 얼굴을 표현하길 즐긴다. 2008년 달마대사의 얼굴에 빠져 1000장 넘게 드로잉한 후 ‘나만의 달마대사를 그려야겠다’는 욕심을 냈다. 한때 추상에서 구상으로 다시 추상을 오가며 그리는 ‘오만가지’ 얼굴. 그가 정작 그리고픈 ‘오만가지’ 마음이 궁금해진다.
엄순미엄순미개인전 7회, 고 황금자 할머니 1주기 추모기획전, 임진강전, 우리시대의 리얼리즘전, 해방 70주년 기념 ‘역사의 거울’ 전, 고양미술협회전 등 다수의 단체전, 해외 부스전 참가. 현재 한국미협, 고양미협, 고양여성작가회, 임진강회, 민미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