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의 희망 둥지 되고파
(사)승리다문화비전센터 이사장 승리교회 진희근 목사
승리교회는 꽤 유명한 교회다. 호수공원에 와 본 사람이라면 일산노인복지관 건너편에 하얀 대리석으로 지은 고풍스러운 외양의 교회에 한 번쯤은 눈길을 던져보았을 것이다. 외양만 알려진 게 아니다. 선교와 사회적 책임의 균형을 잘 맞추는 모범적인 교회로 손꼽히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다문화 가족들을 위한 사업을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이 평가를 받아 승리교회를 모태로 만들어진 (사)승리다문화비전센터가 올해부터 고양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수탁 운영기관이 되었다. 승리교회의 담임자이자 사단법인 다문화비전센터의 이사장인 진희근 목사를 만나보았다.
처음 다문화 가족들을 위한 사업을 펼치게 된 계기는.
20년 전 일산신도시 입주와 동시에 교회를 세운 후 지역의 형편을 살펴보니, 고양과 파주 지역의 공장과 창고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힘겨운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을 돕기 위한 ‘게르방’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게르란 히브리어로 나그네라는 뜻이다. 자신과 가족들의 삶을 걸고 이 땅을 찾아온 나그네들을 위한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게르방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과 이주민들, 그리고 다문화 가족들에 대한 소통과 지원을 꾸준히 지속하다보니 어느 덧 경기 북부를 대표하는 다문화 소통의 중심이 되었다. 특히 몽골과 베트남, 캄보디아 출신자들의 커뮤니티가 활발하다.
오늘날의 사정은 어떤가.
고양은 이제 백만 인구가 살아가는 크고 풍요로운 도시가 되었다. 이주민들도 초기에는 단순 노동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결혼을 통한 다문화 가정의 형성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이 땅의 낮은 곳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과 직면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요구에 발맞추어 게르방 활동과 프로그램을 좀 더 전문화하여 독자적인 사단법인으로 자립하였다. 이제 단순한 도움과 후원의 차원을 넘어, 성숙하고 건강한 안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교인들의 동의와 협조는 순조롭나.
교인들의 전적인 이해와 참여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이 일을 지속해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전문적인 부서를 조직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섬김과 봉사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예산도 많이 지원하고 있고. 다문화선교와 관련하여 표창도 받았다. 규모와 내용면에서 교회의 사회 공헌에 대한 모범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수탁받은 고양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어떻게 운영되기를 바라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날로 증가하는 다문화인구에 대한 정부의 유일한 정책 집행 창구다. 나름대로 효율적이고 좋은 프로그램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궁극적으로는 물리적 후원을 넘어 정서적인 면에서의 사회 통합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기를 바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보다 성공적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다문화 가정을 꾸준히 만들고 싶다. 그렇게 만들어진 건강한 가정이 새로 유입되는 다문화 식구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인도자가 되는 선순환을 꿈꾼다. 우리 센터가 그러한 일의 자양분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사회에는 다문화 가족들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사회 전반에서 다문화 인구들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바꾸는 작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종교인의 시각으로 이야기하자면, 선교학적 측면에서 종족이나 국적에 상관 없이 인간은 누구나 하나님의 자녀다. 모든 사람을 동일한 사랑으로 대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하나님을 믿는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태도다. 교회가 앞장서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국 사회에서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교회가 비난을 많이 받는 시대다.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그렇다. 억센 배추들을 소금에 절이면 얌전하고 겸손하게 숨이 죽는다. 배추 스스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소금이 자기 몸을 녹여 배추 속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예수님 말씀처럼, 교회와 기독교인의 역할은 바로 이 소금과 같아야 한다.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사회 속에 녹아져서 세상을 부드럽고 평안하게 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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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새 건물로 이전하며 더욱 다양한 활동 기대
고양시에 사는 외국인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출입국통계에 의하면 2015년 12월 기준으로 22000여 명을 넘어섰다. 결혼 이민을 통한 다문화 가정의 숫자도 3600여 가정에 이른다. 적지 않은 숫자다. 고양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민자와 내국인이 갈등 없이 어울리며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함께 나누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들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조기적응을 위한 한국어교육, 다문화 가정 아동의 언어교육을 돕는 언어발달서비스,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가족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상담서비스, 초기 생활적응을 지원하는 통역 및 번역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또한 댄스, 배드민턴 등의 취미동아리 활동을 통해 네트워크 형성하여 한국생활의 적응력을 향상시켜주는 프로그램도 수요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소극적인 활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다문화 이민자들의 자질과 특성을 고려한 맟춤형 취업교육으로 경제활동 및 사회진출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센터가 주력하는 활동이다. 구체적인 결실과 보람도 이어진다. 센터의 유미진 팀장은 “작년에 베트남, 필리핀, 중국 국적을 가진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산후관리사 양성과정을 진행했다. 전문 직업인으로 거듭난 이주여성들이 동일한 국적의 산모에게 심리적, 정서적 지지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해에는 다국적 아동 요리지도사 과정을 개설하는 등 결혼이주여성의 강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운영 할 계획이다.
이러한 활동들이 보다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었다. 이전에는 교육장의 부족으로 프로그램 개설에 한계가 있었지만, 올해부터 센터가 승리다문화비전센터 건물로 이전하면서 4층 단독 건물 전 층의 모든 교육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넓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품게 된다.
공간의 이전과 함께 새롭게 취임한 김승일 센터장은 “고양시는 이미 다양한 국적 출신의 외국인 주민 밀집지역 기초 지자체 중 한 곳이다. 이러한 다문화 현상은 오히려 미래 한국문화의 창조적 계승 발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고양시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해 품위 있는 다문화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지역 주민들의 연계와 협력, 그리고 진심어린 격려를 부탁한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