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을 기다린 그 목소리, 박인희
노래하는 시인 박인희, 5월 8일 아람누리에서 공연
오랜 세월 기다려 준 팬들과의 감동적인 만남
송창식과 ‘그리운 사람끼리’란 타이틀로 무대 꾸며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달랑 통기타 하나 목소리로만 노래하던 통기타 가수들이 명성을 얻던 시절이 있었다. 연주는 단조롭고 노래는 소박했지만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셨다. 통기타 가수들의 전성시대는 7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이어졌다. 그 이름의 한 자리에 박인희가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긴 생머리의 외모만큼이나 청아했고, 그의 노래들은 가사와 서정적이었다. 대표곡 <방랑자> 가 그랬고 <모닥불>이 그랬듯이, 쓸쓸한 정서를 노래할 때도 따뜻함이 공존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전성기를 누렸던 양희은이 여전히 활발한 음악활동과 방송활동을 하고 있고, 이연실과 은희도 간간이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얼굴을 보여주었던 것에 비해, 박인희는 말 그대로 존재 자체가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81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난 후 일체의 연락을 단절하고 은둔하듯 세월을 보냈기 때문이다.
박인희가 고양을 찾아 팬들과 만난다. 이달 말 서울에서의 컴백 공연에 이은 전국 투어 콘서트의 첫 순서로 고양 아람누리 공연장을 찾는 것이다. 자그마치 35년만의 만남이다. 강산이 세 번 바뀌고도 남을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무대다. 한창 활동을 하던 70년대에도 단독 콘서트를 연 적이 없었다니 사실상의 생애 첫 공연 무대다.
대부분의 히트곡들을 본인이 작사, 작곡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선구자였으며, 시집 2권과 수필집 등을 발표한 문인이기도 했다. 자신만의 문학적 감성을 살려 노래가 아닌 시(詩) 낭송곡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가수로도 유명한데 자작시인 ‘얼굴’과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 의 낭송곡이 크게 히트했었다.
박인희의 컴백콘서트 테마는 그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그리운 사람끼리’다. 지난 35년간 서로를 그리워했던 사람들이 만난다는 콘셉트가 공연구성의 메인테마인 것이다. 이번 공연에 박인희를 도와 함께 무대에 서는 송창식은 반갑고도 든든한 파트너다. 포크세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송창식의 목소리와 어울릴 박인희의 노래가 기대를 모은다. 기타리스트 함춘호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 포크기타의 대가다. 포크 팬들에게는 또 다시 만나기 힘든 거장들의 콜라보레이션 무대다.
‘박인희 키즈’들과의 만남도 관심을 모은다. 박인희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지성미와 청아한 음색을 가진 ‘박인희 키즈’를 찾기 위해 지난 수개월간 전국 유명 실용음악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거쳐, 70년대 박인희를 연상할 수 있게 할 ‘박인희 키즈’를 선발하였다. 이들은 박인희의 <젊은 날의 우리들>이란 노래를 2016년 버전으로 리메이크하여 발표할 예정이다. 이 노래는 풍문여중 시절 친구이자 동기동창인 시인 이해인 수녀와의 우정을 소재로 35년 전 만든 노래로 알려졌다.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박인희는 다시 음악 활동을 재개할까? 그녀는 현재 작곡해 놓은 노래가 60여 곡에 이른다는 말로 팬들의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노래하는 인기가수 박인희가 아니라, 70세가 바라보는 삶과 세상을 원숙한 노래로 만들어내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이 만든 노래에 가장 적합한 목소리를 지닌 이들과 음악을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아람누리에서의 공연은 과거 박인희를 추억하는 것과 더불어, 앞으로의 또 다른 박인희를 예감할 수 있는 기회도 될 듯하다.
박인희 컴백콘서트 With 송창식 ‘그리운 사람끼리’
일시 : 5월 8일 오후7시
장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문의 : 1577-7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