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니 답이 나오더라”
로컬푸드직매장 개장 2주년 맞은 벽제농협 이승엽 조합장 인터뷰
벽제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이 개장 2주년을 맞아 지난 18~19일 ‘벽제농협 로컬푸드 페스티벌’을 열었다. 농산물 포장체험, 고양쌀 인절미 만들기, 송아지 여물주기, 고양낙농치즈로 피자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이벤트를 통해 생산농가와 소비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마당을 펼쳤다. 2014년부터 로컬푸드직매장을 운영하는 벽제농협은 주목할 만한 매출 신장세로 지난해 연매출 72억원을 기록하는 등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벽제농협 이승엽 조합장을 만나 로컬푸드 사업의 성과와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벽제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지난 2년 동안 어떤 성과를 거뒀나.
로컬푸드직매장의 문을 열기 전 동일한 공간에서 운영했던 하나로마트 매장의 하루 매출은 1200만원 정도였다. 로컬푸드직매장으로 전환한 후 지금은 1일 평균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더 주목할 만한 건 이전에는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판매비중이 10~2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0%를 상회한다는 점이다. 연간 35억원에 이르는 지역 농산물 매출 판로를 로컬푸드직매장이 만들어 낸 것이다.
성공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양시는 농·도 복합도시지만, 지역 특성상 대규모 전업농보다는 소규모 자영농이 많다. 당연히 대형 농산물 도매상에 납품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로컬푸드직매장이 개장하면서 소규모 자영농들에게 안성맞춤인 판매 시스템이 제공됐다. 지역 소비자들과의 성향도 잘 맞아떨어졌다. 고양에는 30~40대의 젊은 세대가 많이 거주하는데, 이들은 먹거리의 안전성과 신선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로컬푸드직매장이 젊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딱 맞는 유통 모델이다.
사업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어떤 준비와 노력을 기울였나.
무엇보다도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친환경 채소 작목반을 5년여간 육성, 지원해 현재 신선채소의 거의 대부분을 친환경 농산물로 공급하고 있다. 우렁이농법으로 생산한 친환경 쌀도 연간 100톤을 생산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생산자들의 인식 개선도 눈에 띈다. 친환경 농산물을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장이 마련되니 이제는 자발적으로 친환경 농법에 뛰어들고 있다. 벽제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발효퇴비공장도 한몫했다. 축분을 이용한 발효퇴비를 80만 포가량 생산하는데, 화학비료가 토양을 산성화해 장기적으로는 수확량과 병충해에 오히려 취약해진다는 사실을 농민들이 인식하면서 발효퇴비의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지속적인 잔류농약 검사를 통해 유독성 농약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생산 품목도 점차 늘고 있다고 들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로컬푸드직매장이라는 접점이 생긴 이후 생산 품목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단일 품목만 재배하던 농가들도 지금은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농산물을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재배하려고 시도한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인식과 패턴이 함께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농협도 자체적인 영농교육을 더욱 확대해 농업인들에게 새로운 품종을 시도할 수 있는 길을 지속적으로 열어줄 계획이다.
새롭게 정착한 농산물도 있나.
3년 전부터 매실나무 1만9000주를 800여 농가에 보급했다. 이전에는 매년 광양에서 매실을 가져와 팔았는데, 올해부터 매실이 출하돼 자체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성 높은 매실 재배를 위한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다른 농협의 로컬푸드직매장에도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로컬푸드 사업의 의의를 다시 한 번 정리한다면.
고양시는 로컬푸드 사업의 최적지다. 현재 경기도에서 운영되는 로컬푸드 매장이 13개인데, 고양에만 5곳이 몰려있다. 다음 주 개장하는 지도농협 매장까지 더해지면 6개가 된다. 거대한 소비시장을 가까이에 둔 소규모 자영농가의 바람직한 유통과 수익창출 모델을 고양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농협 입장에서는 로컬푸드직매장 운영이 경영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은 아니다. 그러나 농업인들의 경제적 지위향상이라는 농협 본연의 지향점, 그리고 지역주민들에게 건강하고 신선한 먹거리 제공을 통해 이익과 편의를 제공한다는 가치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최선의 프로그램이 바로 로컬푸드 사업이다. 벽제농협이 로컬푸드 사업에 임직원과 조합원들의 노력과 역량을 모으려는 이유다. 아울러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보다 폭넓고 지속적인 지원도 요청하고 싶다. 소비자들도 지속적인 신뢰와 성원으로 힘을 실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