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함께 찾아요

<우리는 동호인> 직업큐레이터클럽 '내일'

2016-10-10     신은숙기자

 직업큐레이터? 박물관도 미술관도 아닌 '직업' 큐레이터라니. 이름조차 생소한 직업큐레이터는 청소년의 적성, 소질, 성장잠재력을 파악해 진로탐색과 진로설계를 돕고, 진로직업체험 기회도 제공하는 진로교육전문가다. 주로 중·고등학교에서 진로교육 지도사로 활동한다. 학생들이 입체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자인 셈이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고 제대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니 아이를 둔 학부모에게도 솔깃할 만한 분야다. 올해부터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본격 도입되면서 직업큐레이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고양여성인력센터의 직업큐레이터 교육과정에도 많은 수강생이 몰리고 있는데, 결혼이나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40대 여성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직업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각종 교육과정을 밟고 있는 '내일' 회원들.

 

당연히 고양여성인력센터 교육과정 수료생들의 모임인 '내일' 회원들도 그렇다. 10명의 회원 중엔 교육학전공자도 있고 광고기획 카피라이터 출신도 있다. 자신감으로 충만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경력단절로 살짝 위축된데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일이어서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날 땐 직접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게 회원들의 말이다.

 오승빈 회장은 "아이들에게 특정 직업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주는 게 진로직업큐레이터의 주된 일"이라며 "각 직업에 대해 공부하고 서로 시범강의를 모니터링해주면서 직업큐레이터로서의 역량도 쌓아가기 위해 내일이란 모임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고양여성인력센터 직업큐레이터 교육과정은 총 200시간. 회원들은 교육이 끝난 후에도 매주 두 번씩 모여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수업안을 짜고 시범강의도 함께 한다. 요즘 아이들의 관심이 높은 로봇공학자, 가상현실전문가, 헬리캠촬영감독, 드론조종사, 웹툰작가, SNS마케팅전문가, 3D프린트전문가 등은 따로 공부하지 않하면 아이들 앞에서 입도 못 뗄 정도로 어려운 분야다. 현장직업인보다 더 현장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아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전문서적을 탐독하고, 해당 직업의 전문가나 종사자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오 회장은 "적잖은 교육시간을 투자하고 체계적으로 배웠다쳐도 아직 자유학기제 도입 초기다보니 활동에 관련된 콘텐츠가 부족한 편"이라며 "그래도 수업안을 짜보고 시범강의를 하면서 서로 모니터링해주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내 아이의 꿈과 진로를 찾아준다는 마음으로 수업을 준비한다"는 이창순 회원은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즐겁고 행복한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회원들이 진로직업큐레이터로 실제 학교 현장에 서고 있지만 활성화는 안된 상태다. 직업큐레이터가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진로체험 수업도 거의 재능기부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출산 전에 광고기획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김희진 회원은 "막상 활동해보니 턱없이 낮은 강사료도 문제이지만 아이들에게 단순히 동기부여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 원하는 직업에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심화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직업큐레이터의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정도 뒤따라줘야 한다는 걸 느꼈다는 것.

오승빈 회장도 "회원들이 직업큐레이터로 당당히 일할 수 있도록 서로 공부하고 독려해갈 것"이라며 "앞으로 모임을 체험강사 중심의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할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학기제=중간ㆍ기말고사를 보지 않는 대신 토론ㆍ실습 수업이나 직장 체험활동과 같은 진로교육을 받는 제도.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올해 2학기부터 자유학기제가 전면 실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