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교육과 향토사에 애정 보이는 지역 ‘어른'
<지역과 함께 뛰는 고양인> 이영찬 고양향교 전교
조선시대에 지방의 중등기관으로 유교사상을 가르쳤던 향교는 전국에 230여 개가 남아있다. 고양시에도 덕양구 고양동 중남미문화원 옆에 고양향교가 자리해 지금도 공자와 사성(안자, 증자, 자사, 맹자)의 위패를 모시고 유교사상과 예절교육을 하고 있다.
교양향교의 학교장 자리라고 할 수 있는 전교를 맡고 있는 이영찬(81세) 고양향교 전교는 지역에서 활동이 왕성한 ‘어른’ 중 한 명이다. 그는 부친의 영향으로 유림생활을 시작했고 고양향교의 교육 시스템 체계화에 공헌을 했다.
“제 아버지는 평생 유림생활을 했어요. 저도 자연스럽게 유도회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1999년 장의총회를 할 때 우리 향교에도 명륜대학을 개설하자고 제안했어요. 경기도에서는 처음으로 2005년 고양향교가 명륜대학을 개설해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이영찬 전교는 고양시의 알려지지 않은 향토사에 대한 강한 애정도 갖고 있다. 그는 한익수 회장에 이어 회장직을 맡아 현재 6년째 고양시씨족협의회를 이끌고 있다. 교과서에 나와 많이 알려진 큰 흐름의 역사가 아니라 세부적인 향토사는 누군가의 강한 애정이 없으면 발굴되지 못하고 그대로 묻혀버린다. 이 전교는 ‘고양에 옛적부터 어떠한 사람들이 살았나’에 관심을 가지고 어느 성씨가, 무슨 이유로, 어떻게 살았나를 기록하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그 작업은 고양에 산재한 집성촌과 각 문중에 일일이 연락해서 엄정한 조사작업을 거친 끝에 이뤄지는 것이다. 그 결과물이 1700여 페이지의 두터운 책으로 2001년 발간된 『고양시씨족세거사』다. 『고양시씨족세거사』의 집필 작업에는 정대채(74세) 용강서원 부원장, 선호술(69세) 성균관유도회 고양시지부 회장도 힘을 보탰다.
“고양시씨족세거사를 집필하기 위해 4년을 바쳤습니다. 수집한 책들이 1000권이 넘고 문중별 자료도 약 1000권이 돼요. 문중에서 들은 이야기와 이 모든 자료를 분류해서 정리하는 작업이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잘못 기록되면 문중에서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요. 이만한 분량으로 성씨별 세거사를 기록한 책은 전국 어느 곳에서도 아직까지 만들어진 적이 없어요.”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지만 『고양시씨족세거사』는 미완성이다. 2011년 당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고양시에는 253개 성과 3924개의 본관이 있지만『고양시씨족세거사』에서는 112개 성과 350여 개 본관 삶의 흔적만 담겨 있다. 이 전교는 『고양시씨족세거사』에서 누락된 성씨를 조사하고 보완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 전교가 회장으로 있는 고양시씨족협의회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자랑스러운 고양인’을 발표해왔다. 고려말 충신인 최영 장군, 조선 전기 문신인 남효온 선생, 조선 중기의 문신인 석주 권필, 독립유공자이자 고양의 관계수로사업에 이바지한 이가순 선생 등이 ‘자랑스러운 고양인’으로 선정된 이들이다.
이영찬 전교는 유림활동을 하기 직전까지 공무원 생활을 했다. 35년간의 공무원생활의 대부분을 농업부서에서 하면서 농업 경영의 기계화와 가뭄이 없는 전천후 농업을 실현하는 데 힘을 쏟았다. 또한 고양에서 1991년 첫 꽃박람회를 개최하기까지 실무과장으로서 주도적으로 고양의 화훼산업 육성에도 이바지했다. 고양시 산업과장을 마지막으로 96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1년간 국제꽃박람회 준비를 위한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전교의 화훼에 대한 애착심은 2014년 말부터 고양시천년초협동조합의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전교는 “조합이 선인장과 식물인 천년초를 재배 후 가공해서 판매해 수익을 올리기 위해 천년초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조합이 초기단계를 거쳐 2~3년 후에는 천년초 제품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