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세상 사이의 벽을 향해'스트라이크'
올해로 창단 4년째인 ‘레인보우볼링클럽’은 엄마와 자녀가 함께하는 볼링 모임이다. 그렇다고 자녀의 취미생활까지 엄마의 치마폭에 넣으려고 만든 모임은 아니다. 지적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들에게 어떤 운동이 좋을까 고민하다 아이들이 먼저 볼링을 시작했고, 이어 엄마들도 참여했다.
회원은 자녀 16명, 엄마 16명으로 총 32명. 2012년 창단할 때 멤버가 지금까지 그대로 함께하고 있다. 세월과 더불어 변한 건 아이들과 엄마들의 나이. 지금은 자녀 대부분이 20세를 훌쩍 넘겼다.
이젠 대학생(21세)이 된 아들과 함께 볼링을 쳐온 김은영 부회장은 “아이가 중학교 3학년 때 시작했는데 모임이 있는 매주 금요일을 ‘가장 좋아하는 날’이라며 기다리더라”며 “내게도 가장 마음이 편한 날”이라고 말했다.
3년 전엔 고양시장애인볼링협회를 창립해 경기도장애인체육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첫해엔 볼링부 종합 3위, 34개 시‧군‧구가 참여해 지난 5월 열린 올 경기도장애인체육대회에선 레인보우볼링클럽 회원 10명이 참가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그 사이 엄마 회원들은 심판 자격증을 취득해 고양시장배 지적장애인볼링대회에 심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처음엔 모두 취미로 시작한 볼링이지만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세상과 연결해주는 더없이 좋은 소통의 도구’가 됐다”는 유기옥 회장은 “중학교 3학년이던 큰딸 은효가 전국장애인체전 지적장애인 경기도 대표로 볼링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땄을 때 가슴 뭉클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며 미소를 띠었다.
유 회장의 딸 김은효씨는 이후 장애인국가대표로 세 차례나 선발되는 등 선수로 활발하게 활동하다 지금은 원흥동 도립 유치원 교무보조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은효가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선수생활을 잘해냈다”며 “동생들도 잘 챙기는 든든한 큰딸”이라고 대견해 했다.
이어 “볼링은 공이 무거워 손에 쥘 때부터 집중해야 하고 공이 핀을 쓰러뜨릴 때 오는 쾌감이 커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며 “팀 경기를 치르면서 아이들의 사회성도 길러지더라”고 볼링의 장점을 강조했다.
레인보우볼링클럽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행신볼링클럽 5층 전관을 연습장으로 쓰는데, 대관료를 일반 클럽의 50%만 낸다. 행신볼링클럽이 배려해준 덕분이다. 회원들을 무료로 지도하고 있는 고재환 행신볼링클럽 코치는 “볼링의 투구 동작은 집중력과 경쟁심, 협동심 등을 키워줘 장애아들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며 “아이들에게 내 재능을 나눠줄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전했다.
딸(27세)과 함께 참여하고 있는 서현수 초대회장은 “아이들 대부분 성인이지만 감정조절이 안될 때도 있어 여전히 신경을 써야 한다”며 “정기연습일에는 엄마들이 빠짐없이 참석하다보니 더 끈끈해졌다”고 말했다.
올해로 4회째인 고양시장배 지적장애인볼링대회는 11월 7일 열린다. ‘볼링이 엄마와 아이, 아이와 세상을 이어주는 무지개 다리가 되길 희망한다’는 뜻에서 지었다는 레인보우볼링클럽 이름처럼, 회원들은 이번 대회를 다리 삼아 세상으로 한걸음 더 크게 내디딜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