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만든 영양 간식 ‘위캔 쿠키’

사회복지법인 위캔센터, 발달장애인 일터이자 학교

2017-05-17     이성오 기자
장애인 근로자들이 검수 작업에 열중이다.

고양시 사회복지법인 위캔센터

해썹 인증에 홈쇼핑까지
장애인 시설로는 이례적
10년 이상 장기근속 많아

[고양신문] 하얀색 위생복과 모자, 마스크까지 쓰고 에어샤워기를 통과해 들어간 쿠키 공장. 오븐에서 구워지는 향긋한 쿠키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이곳에선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 주인공처럼 예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쿠키를 굽고 있다.

고양시 벽제동의 ‘위캔쿠키’는 37명의 발달장애인들의 일터다. 인지 능력은 일반인에 비해 떨어지지만 쿠키를 만들고 포장하는 마음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순수하고 깨끗하다.

‘위캔쿠키’는 사회복지법인 위캔센터(시설장 송향숙 수녀)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전국에 수많은 장애인 시설에서 빵과 쿠키를 만들지만 그중에서 가장 손꼽히는 곳이 바로 이곳 위캔쿠키다. 장애인들의 근로 만족도가 높아서이기도 하지만 좋은 품질 자체만으로 유명세를 탔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이 만들면 뭔가 부족할 거란 선입견은 금물. 위캔쿠키는 재료선정에서부터 생산공정까지 철저한 품질관리로 정평이 나있다.
 

위캔쿠키의 제품들.


믿고 먹는 유기농 쿠키
위캔쿠키는 우리밀과 우리쌀을 주재료로 해 친환경유정란과 유기농설탕, 100%원유 버터를 사용한다. 거기에 쇼트닝과 색소, 팽창제 같은 화학첨가물도 전혀 넣지 않았다. 아이들 건강을 생각하는 부모들이 믿고 찾는 이유다.

장애인 시설 상품으로는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GS홈쇼핑에 순환방송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해썹(HACCP) 인증까지 받았다. 2013년에 이어 올해에도 보건복지부가 사회복지시설평가 최우수 A등급으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포장 작업 중인 근로자들.


장애인들의 일터이자 학교
장애인들의 근로 만족도는 장기근속 여부를 보면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장애인 근로시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장기근속이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곳엔 센터가 개원한 해부터 일해 온 이들을 포함해 14~15년을 이곳에서만 일하는 장애인들이 상당하다.

시설장인 송향숙 수녀는 “장애 근로자 1명을 뽑는다는 공고를 내면, 30여 명 정도가 지원할 만큼 인기가 좋은 직장”이라며 “출퇴근 2시간씩 걸리는 먼 곳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10년 이상 근무자가 절반이 넘는다는 것도 자랑”이라며 “장애인들이 돈을 버는 일터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의 자아실현 기반을 닦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포장 자동기계를 사용하고 있는 근로자.


생산자 삶 생각하는 착한소비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이곳에 취업해 5년째 쿠키를 만들고 있는 발달장애인인 임다정(25세) 씨는 반죽·성형팀을 거쳐 이제는 포장팀에서 일하고 있다. 항상 밝은 웃음을 보이는 그는 팀원들에게 인기가 많다.

임씨는 “동료들이 잘해줘서 이곳에서 일하는 시간이 항상 즐겁다”면서 “2박3일 동료들과 캠프를 다녀오는 것도 좋고 교육을 통해 함께 생활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향숙 시설장은 “우리는 쿠키를 팔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 쿠키를 판매한다”며 “생산자의 삶까지 생각하는 착한소비에 시민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5년째 위캔쿠키에서 일하고 있는 임다정씨.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위캔쿠키 :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장애인들이 쿠키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출자 법인.
주소 :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489-5 위캔센터
제품주문 : 온라인(위캔쿠키 검색) 또는 전화(031-969-3533)
제품종료 : 우리밀쿠키 11종(100g 3800원), 우리쌀쿠키 3종(100g에 4500원)
*결혼·돌 답례품, 명절 또는 시즌별 세트상품 주문 가능
 

위캔센터 시설장, 송향숙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