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지역재생위해 주민공동체가 공유자산 매입 추진

기획취재 | 공유자산화와 고양시 도시재생의 미래 ④시민자산화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꿈꾸는 시흥시

2018-09-15     남동진 기자
빌드 1호점 ’바오스앤밥스’에서 바라본 시흥시 월곶 야경.

난개발로 슬럼화된 월곶, 청년스타트업 빌드 정착
주민친화공간 마련해 커뮤니티 활성화 이끌어
시흥시 시민자산화 협약 통해 주민주도 변화 지원 


[고양신문] 시민자산화라는 용어는 ‘시민과 자산이 결합해 공유지대를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토지와 건물 같은 특정 자원을 사유화 혹은 국유화 방식이 아닌 시민들이 소유권을 가지는 제3의 방식으로 자산화 하는 방식을 말한다. 여기에서 ‘자산화’란 단순히 소유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이를 공유하는 과정까지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시민자산화 전략은 넓은 의미에서 커먼즈 운동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이러한 시민자산화 방식은 최근 도시재생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소외나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현상 등에 대한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흥시의 경우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공유재산을 활용해 시민과 함께하는 공동체자산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시민자산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시민자산화는 지역공동체가 부동산의 주인이 돼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하며 성과와 책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지역 활성화 사업 추진을 위한 매력적인 방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국내 지자체 중 최초로 시민자산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시흥시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7명 청년, 월곶지역재생 위해 나서
인천 논현지구와 마주보고 있는 시흥시 월곶 해안로 일대. 과거 배가 드나드는 포구였던 이곳은 인근 지역 신도시개발로 인해 퇴적물이 계속 쌓이면서 현재는 포구기능을 상실했다. 과거 이곳을 수도권과 가까운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했지만 사실상 실패하면서 이곳은 주거지와 상업지 유흥지가 뒤섞인 상황이 됐다. 상점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공실은 늘어만 갔으며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들의 주거환경 또한 나빠지고 있었다. 

슬럼화가 진행 중이던 이곳에 조금씩 변화가 생긴 것은 2년 전 지역재생 스타트업 빌드㈜가 월곶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7명의 청년들이 힘을 모아 창업한 빌드㈜는 개발을 위한 개발이 아닌 주민들과 함께하는 변화를 꿈꾸며 재생사업을 하나둘 추진하기 시작했다. 

빌드 2호점 '월곶동 책한송이'

임효묵 빌드㈜ 부대표는 “당시 지역자원조사를 진행해본 결과 이곳 육아인구 비중이 50%가 넘었음에도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나 육아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이었다”라며 “이곳을 단순히 관광지로 다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주변사람들이 찾을 수 있게 하는 방향을 목표로 세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고민으로 마련하게 된 공간은 2016년 12월 오픈한 브런치 레스토랑인 ‘바오스앤밥스’였다. 4년간 공실이었던 공간을 임대해 문을 연 이곳은 브런치라는 음식 자체가 주는 쉼, 여유, 힐링을 통해 찾는 이들이 조금이나마 일상에서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의 특징 중 하나는 ‘예스키즈존’이다. 임효묵 부대표는 “요즘 ‘노키즈존’ 논란 때문에 아이를 둔 부모가 조용한 레스트랑 같은 곳에서 외식하기 눈치 보이는 사회가 됐는데 이곳만큼은 아이와 함께 식사도 할 수 있고 서로 배려하고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바오앤밥스’에 이어 작년 9월에는 2호점으로 ‘월곶동 책한송이’라는 복합공간이 마련됐다. 이름처럼 책, 꽃, 카페를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 지역 주변에 책방이나 꽃집이 없더라구요. 주민들이 함께 책을 읽으며 고민도 나누고 꽃을 통해 분위기도 내면서 힐링하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열게 됐죠”. 이곳에서는 아이와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며 인근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시 공유재산 주민공동체가 매입
빌드㈜는 지난 7월 3호점으로 아이들을 위한 실내놀이터 ‘바이아이’를 열었다. 1, 2호점과 달리 이곳은 시흥시에서 추진 중인 ‘시민자산화’ 시범사업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12월 시흥시와 빌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민자산화 1호 협약을 맺었다. 시흥시가 시민자산화 사업 추진을 위한 제도개선 및 시민자산화 사업 촉진을 위한 지원에 나서는 한편 빌드㈜는 시민자산화 기금 적립 및 법인설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내용이다. 

작년 12월 진행된 시흥시-빌드 시민자산화 협약식

이처럼 시흥시가 지자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시민자산화 정책을 시행한 배경에는 김윤식 전 시흥시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김 전 시장은 시민들이 직접 공동체 자산을 확보·운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던 중 2016년 겨울경부터 전문가와 공무원, 청년이 함께하는 스터디모임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어 작년부터 시흥형 시민자산화를 위한 연구용역과 전문가 컨설팅을 거쳐 9월 월곶동에 9억원의 예산으로 공유재산을 매입해 시민자산화 협약까지 이르게 됐다. 시흥시 시민자산화의 구체적 방안은 현재 시흥시가 매입한 공간을 빌드㈜에 5년간 낮은 가격에 임대해 운영하며 5년 후에는 주민공동체가 이곳을 직접 매입해 ‘시민자산화’한다는 계획이다. 

임효묵 부대표는 “스터디 과정에서 시 공유재산을 장기간 임대하는 방안도 제안됐지만 사례를 먼저 만드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모델을 먼저 추진하게 됐다”며 “5년간 ‘바이아이’를 잘 운영하면서 주민커뮤니티를 활성화시켜 궁극적으로 이곳을 매입하는 데 나서도록 알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입방식에 대해서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주민들과 빌드가 함께 지분을 나누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구체적인 방식은 올해 안에 결정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시흥시 시민자산화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바이아이'

한편 시흥시는 작년에 이어 올해 대야동에 위치한 구 시흥극장을 도시재생센터 주도로 시민자산화 한다는 계획이다. 조명화 시흥시 재산관리팀장은 “시민자산화는 현 시점에서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개념이지만 아직까지 법제도적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공유재산 관련법과 조례재개정이 함께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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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곶을 손꼽히는 마을로 만들고 싶어

임효묵 빌드㈜ 부대표 인터뷰

“뭔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행복한 삶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주변 사람들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계속 고민해왔죠. 이 일을 하면서 힘든 점도 많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임효묵 부대표(35세, 사진)는 2년 전 부동산 관련 신탁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이직을 고민하던 중 당시 지역재생 스타트업을 준비하던 우영승 빌드㈜ 대표의 제안으로 월곶에 터를 잡았다. 

이들이 시민자산화에 주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임 부대표는 “전부터 부동산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부가가치를 누리게 되는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꼈다”며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다시 임차인은 소비자에게 그것을 전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바꿔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청년창업가들에게 큰 부담인 임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도 그에게는 매력적이었다. 

임 부대표가 생각하는 시민자산화의 장점은 무엇일까. “주민들이 소유하기 때문에 운영과정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도 있고 스스로 그 공간에 대해 애착을 가질 수 있죠. 또한 이 지역의 부가가치가 상승해 투기세력이 수익모델을 가지고 들어오려고 해도 이에 대항해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지역을 바꿔가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속가능성이 담보된다는 것도 큰 힘이다. “저희가 1, 2호점은 모두 임차인으로 들어와 있어요. 이제는 주민들이 즐겨찾는 공간이 됐지만 임대료가 많이 오르면 어쩔 수 없이 쫓겨나게 되고 이 동네는 다시 예전모습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거예요. 시민자산화로 마련된 공간이라면 외부영향 없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죠.”

이러한 생각으로 임효묵 부대표와 빌드㈜ 청년들은 제작년부터 시흥시와 함께 시민자산화 스터디모임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다. 이번에 오픈하게 된 3호점 ‘바이아이’는 시흥시 시민자산화 시범사업으로 지정됐을 뿐 아니라 주거복지 시민단체인 ㈔나눔과미래에서도 4000만원의 자산화 기금을 지원받았다. 

마지막으로 임효묵 부대표는 “우리 활동을 통해 월곶이 보다 살기좋은 곳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내가 평생 살고 싶은 곳, 나아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